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외교부 제공지난 8월말 이후 2달 가까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리상푸 국방부장이 24일 결국 해임됐다. 시진핑 집권 3기 공식 출범 이후 8개월여 만에 벌써 2명의 국무위원이 실종상태에서 실각했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리상푸를 국방부장, 국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직에서 모두 면직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의 면직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리상푸는 지난 8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이날까지 두달여 가까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리상푸의 실각 가능성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됐고,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그의 실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외신들은 그의 부패 연류설에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리 부장의 실종이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직들이 잇달아 부패 혐의로 낙마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만 정보기관 국가안전국(NSB)의 수장인 차이밍옌 국장도 최근 리상푸가 규율 위반과 부정부패 문제에 연루됐으며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해당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상푸 전 중국 국방부장. 연합뉴스리상푸는 시진핑 집권 3기가 출범한 지난 3월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동시에 국무원(행정부) 지도부에 해당하는 5명의 국무위원에도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리상푸는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8년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간 전력이 있지만, 시 주석은 미국과의 마찰이 뻔히 예상됐음에도 보란듯이 리상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앉혔다.
그만큼 시 주석의 신임이 두터웠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사유 공개도 없이 실종사태에서 그가 전격 면직됨에따라 시 주석에게 인사 실패의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진핑 3기 출범 8개월여만에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아 발탁됐던 부장(장관)겸 국무위원 두 명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면직됐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7월 25일 열린 회의에서 친강 전 외교부장을 면직한 바 있다. 상무위는 두달여 뒤인 이날 친강의 국무위원 자리 역시 면직하기로 결정했다.
친강의 면직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활방식 문제'가 언급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주미대사 시절 혼외관계가 그의 실각의 이유가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리상푸의 실각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리상푸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미국과의 군사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상푸의 실각으로 양국 군사대화 재개의 장애물이 사라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리상푸 면직으로 1년 이상 중단됐던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군사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