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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총선' 고심 깊은 정부

산업일반

    겨울철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총선' 고심 깊은 정부

    핵심요약

    이‧팔 사태 등 대외 변수로 에너지 위기…한전‧가스公 '역마진' 심각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 난항…거세지는 요금인상 압박
    내년 총선 앞두고 '고물가' 우려 정부…인상 폭 및 취약계층 대책 관건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전기‧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조만간 4분기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생 대책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매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하면서 시일 내 에너지 요금 인상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정감사 기간이라 첫 고위 당정회의에선 전기요금은 아직 다루지 않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도 이해하지만, 공기업들의 자구노력 없이 국민들이 쉽사리 요금 인상을 용인하겠냐"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올해 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변수가 터지면서 에너지 위기 속에서 대책을 짜야하는 처지"라고 했다.
     
    특히 여당 내부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와 가스 등 대표적인 공공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폭에 그치더라도 공공요금 인상이 연쇄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집권 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현 정권에서 임명된 김동철 한전 사장과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등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은 일제히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사장은 총부채 200조원의 한전 정상화를 위해 "일차적으론 전기요금 정상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에너지를 95%가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하게 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절대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4일 국감에 출석한 최 가스공사 사장도 "지금 (가스요금의)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라며 "요금 인상이 필요해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거래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거래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선(先)재무개선‧후(後)요금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종합감사에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관계 기관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요금 인상 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한전과 가스공사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후 올해 초 잠잠해졌지만, 재차 돌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사실상 에너지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원자재 가격보다 소비자 요금이 더 낮게 책정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총부채 200조원을 초과한 한전은 올해 말 누적 적자가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스공사도 올해 상반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해 말 대비 3조6579억원 증가한 총 12조2435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에너지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 후 이를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매요금과 소매요금 간 '가격 격차'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셈이다.
     
    원자재 구입을 위한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의 5배로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올해 적립금이 대폭 감소하면서 내년 한전채 한도는 약 70조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이 약 80조원을 초과한 상태라 추가적으로 발행 한도를 늘리지 않는 이상 채권 발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가스공사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총액의 4배에서 5배로 확대했다. 현재 자본금‧적립금의 총합은 약 7조9천억원으로, 회사채 한도는 39조5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되지만 올 겨울 난방용 LNG 구입을 위해 상당한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본격 동절기에 돌입하기 전 에너지 소비 절약과 공기업 부채 감소 등을 위해서라도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전기, 가스요금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소비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물가 충격을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번에 요금을 동결하게 되면 내년 초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올해 초에 정부가 제시했던 전기요금 인상 목표를 달성하려면 킬로와트시당 30원을 올려야 하는데, 그 정돈 아니더라도 두자릿수 이상 인상은 필요하다"며 "어느 정권이든 에너지 정책은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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