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살 완성하는 LG. 연합뉴스내가 문상철. 연합뉴스프로야구 KT 외야수 문상철(32)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보기 드문 삼중살을 자초했다. 하지만 마지막 타석에서는 화끈한 한 방을 터뜨려 끝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 대 2 승리를 거뒀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 74.4%(29/39)를 잡으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선발 등판한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2사사구 2실점 호투를 펼쳤다. 뒤이어 등판한 손동현(2이닝), 박영현(1이닝)도 무실점 역투로 힘을 보탰다.
이날 데일리 MVP(최우수 선수)의 주인공은 문상철이었다. 문상철은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 2 대 2로 맞선 9회초 결승타를 뽑아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초반부터 빠르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으나, 한두 개의 미스가 나와서 끌려갈 뻔했다"면서도 "고영표가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고, 손동현의 2이닝 무실점 호투 덕에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문상철의 장타가 나와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LG, 트리플 플레이로 기선 제압. 연합뉴스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상황도 있었다. KT는 1 대 2로 뒤진 2회초 무사 1, 2루에서 문상철의 번트 실패 이후 병살 플레이가 나왔고,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린 배정대까지 태그 아웃돼 삼중살을 당하면서 득점 기회를 놓쳤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중살이 나온 것은 2004년 현대와 삼성의 7차전 이후 19년 만이자 처음인 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다. 당시 양준혁(전 삼성)이 1회초 삼중살을 기록한 바 있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따지면 역대 4번째다.
이 감독은 문상철이 삼중살을 자초한 상황에 대해 "누가 거기서 번트 생각했겠는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사실 (번트) 사인을 내지 않았는데, 빨리 동점을 만들려고 진루를 시키려했던 것 같다"면서 "(문)상철이에게 공격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의외로 번트를 댔다. 잘하는 걸 시키려 했는데 모두 놀랐다"고 설명했다.
만약 KT가 패했더라면 문상철의 책임도 적지 않았을 터. 이 감독은 "졌으면 내가 (번트를) 하라고 했다고 하려 했는데 이겼으니까 (문상철이)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상철은 이날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문상철 역시 "사실 사인이 나지 않았는데, 선취점을 내고 역전을 당해서 빨리 동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가 좋지 않았고, 분위기까지 넘어가서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동료들이 한 개만 치면 기회가 올 거라 해서 빨리 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문상철 환호. 연합뉴스
문상철은 치명적인 실수 이후 부담감 탓에 타석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문상철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신뢰를 보냈고, 결국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천금 같은 결승타를 뽑아냈다.
당초 이 감독은 2 대 2로 팽팽하던 7회초 1사 1, 2루 찬스에서 문상철의 대타로 김민혁 투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문상철을 그대로 기용했고, 후속 박경수 대신 김민혁을 내세웠다.
이 감독은 "(김)민혁이를 먼저 쓰려했는데, 뒤에 타선이 안 좋아서 상철이를 쓰고 민혁이를 내보냈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상철이를 쓴 게 좋았다"고 말했다. 9회초 타석에서도 문상철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상철이가 고우석한테 3타수 3안타로 강했다"면서 "순간 상철이를 뺐다고 착각했는데 안 뺐더라"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문상철은 "고우석이 국내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라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2스트라이크 이후 빠른 공에 준비를 하고 있었고, 칠 수 있는 존을 설정했다"면서 "공이 오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있게 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실수 탓에 마음이 무거웠던 문상철은 "결과가 좋으니까 (마음이) 비워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사인대로 번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