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공영언론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하의 기습한파가 몰아닥친 24일 정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직원들이 거리로 나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였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집회를 열고 학교법인을 내세워 연합뉴스TV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오르려는 '을지재단'을 겨냥했다. 을지학원이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방통위에 신청한 것을 거세게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
24일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가 학교법인을 내세워 연합뉴스TV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오르려는 '을지재단'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박창주 기자두터운 패딩점퍼 차림의 연합뉴스 노조원들을 포함한 직원 30여 명은 칼바람을 맞아 시린 두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방통위는 명심하라", "전 국민이 지켜본다", "얼렁뚱땅 졸속 심사 어림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손에 든 피켓에는 '공영언론 연합뉴스TV 사수', '을지TV 절대 반대', '마약, 투기, 갑질 을지재단 방통위 엄정심사 촉구'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먼저 김현태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자부심과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이라는 명예는 이제 과거가 되려한다"며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을지재단은 박준영 이사장과 부인 홍성희 이사장의 족벌경영 체제다"라며 "이 탓에 박 이사장은 을지병원에서 3천 번이나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고, 을지재단과 을지학원은 연합뉴스TV 주식을 무상으로 주고받으며 배임 혐의까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공정과 상식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주체가 공정 보도채널을 경영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김 지부장의 주장이다.
집회 현장에서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모두발언에 이은 회견문 낭독에서 노조 측은 "공영언론은 그 존재 자체가 공공성과 책임성을 전제하고 있다"며 "연합뉴스TV가 보도전문채널로 방통위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최대주주로서 공영언론의 역할을 다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또 "의료사업과 교육사업을 앞세우며 사회적 헌신을 다한다고 주장하는 을지재단은 겉포장만 살짝 벗겨봐도 상업적인 민낯이 드러난다"며 재단 이사장의 배임 의혹과 마약성 의약품 처방 논란, 을지병원 간호사조직 내 갑질행위를 뜻하는 이른바 '태움' 피해로 인한 간호사 사망 사건 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을지재단이 연합뉴스TV 최대주주가 되겠다며 제출한 사업계획안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교육 경영의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수익사업을 확충해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 확인됐다"며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공영언론인 연합뉴스TV의 재정을 뽑아먹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겹게 쌓아 올린 공영언론으로서의 국민적 신뢰와 그 자부심을 결코 짓밟아서는 안 된다"며 "방통위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결정을 한다면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관계자들은 마땅히 국민적 분노와 법적책임으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현장 모습. 박창주 기자이번 사안에 대해 을지학원 측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을지학원은 CBS노컷뉴스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연합뉴스TV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실현을 위해 신청(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 독립성을 위해 을지학원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며 "방송 운영은 방송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을지학원은 재정적으로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