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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종교인' 탈 쓴 檢수사관…법원 '가스라이팅' 단죄

법조

    [법정B컷]'종교인' 탈 쓴 檢수사관…법원 '가스라이팅' 단죄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하고, 이 행위를 반복해 거짓을 진실로 믿게 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심지어 이를 토대로 가족을 허위 고소까지 하게 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이야기는 이미 올해 4월, 한 차례 전해드렸던 '이단 종교인'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신도들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해 가족을 성범죄자로 고소하게 하는 끔찍한 사건을 벌인 이단 종교인. 검찰수사관 신분인 그는 "내가 수사관이어서 아는데"라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하죠.

    법정에서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던,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한 이 사람에게 판사는 어떤 벌을 내렸을까요?

    피해자의 절규에도… '이단 종교인'의 반성은 없었다


    교회 장로인 A씨와 그의 부인 권사 B씨, 그리고 이들을 도운 집사 C씨. 이들은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무고라는 그저 두 글자로 표현하기엔 이들의 범행은 너무나 기괴하고, 끔찍하고, 사악했습니다.

    어린 신도들을 세뇌해 거짓 기억을 심었고, 이후 가족을 고소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딸들이 친아버지를, 조카가 외삼촌을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고소내용은 수사 과정에서 모두 허위로 드러났습니다. (관련기사 : [법정B컷]檢수사관 출신 수상한 장로가 벌인 일…피해자의 절규)

    A씨 부부는 2013년부터 해당 교회를 다녔습니다. 2019년부터는 C씨와 함께 교회 내 어린 신도들을 상대로 성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외형은 상담이었지만, 실제로는 거짓 기억을 주입하는 범행 과정이었습니다.
     
    이들은 신도들에게 '유년 시절 가족에게 성적 학대를 받은 흔적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성폭력 피해의 흔적이 남아 있다'라고 말하는 등 조금씩 거짓 기억을 심었습니다. 신도들에게 허위 답변을 유도, 암시, 강요하며 결국 그들을 정신적 지배 상태에 놓은 것이죠.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고, 실제로 2019년 8월 말 허위 고소가 이뤄집니다. 고소인이 4명에 이르렀고, 허위 고소사실은 30개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무고 피해자(친아버지, 외삼촌) 2명이 발생합니다.

    무고 피해를 입은 외삼촌은 직접 법정에 나와 절규합니다. 그는 조카를 유년시절부터 성폭행했다는 거짓 신고를 당했죠. 하지만 외삼촌은 법정에서도 A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조카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증인은 2019년에 조카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됐죠?"

    외삼촌 "네"

    검사 "4살 무렵에 영화관에서 그런 적 있나요?"

    외삼촌 "없습니다"

    검사 "6살에는 외갓집 관련 내용"

    외삼촌 "없습니다"

    검사 "유럽의 한 선교 단체에서 머물렀을 때 내용은?"

    외삼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제 방에서 단독으로 만난 적도 없고 남자 숙소라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검사 "(조카는) 자기 몸에 있는 자극(刺戟)이 피해의 증거라고 했죠?"

    외삼촌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검사 "조카를 (무고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외삼촌 "제 조카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떻게 조카를 고소합니까? 이 아이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학대 당했을까… 그 충격 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딸이 외삼촌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지만, 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2023.4.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검사 "딸이 외삼촌한테 피해를 당했다고 말한다는 것을 아내한테 들었나요?"

    아버지 "네. 그래서 서울에 갔습니다. 그때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 "4살 때 옥상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얘기했나요?"

    아버지 "처음엔 아무 생각도 못 했는데요. 집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데 4시간 넘게 걸리는데 올라오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딸아이가 생일이 느려서 숫자로 4살이면 실제로는 2살입니다. 그때 피해를 당했다는 게 좀 이상한 얘기였죠. 또 당시 형편이 안 좋아서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아서 옥상 자체가 없었습니다"

    검사 "그때 피해 흔적을 발견하거나 그런 것도 없죠?"

    아버지 "바보가 아닌 이상 알지 않겠습니까? 4살이랑 옥상 이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제가 의심한 것 같습니다.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이단 사이비가 아이들을 빼돌리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검사 "A씨는 '제가 수사를 많이 했다', '수사관의 관점, 촉감도 있는데 삼촌의 표정을 수사관적 입장에서 봤다' 이런 것을 강조하면서 얘기했죠?"

    아버지 "네"


    피해자 아버지의 말대로 A씨는 고위직 검찰수사관(4급 수사서기관)이었습니다. 올해로 34년 차 수사관이었죠. 지난 8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그의 답은 "억울하다"였습니다.

    2023.8.17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공판 中
    재판부 "피고인, 이제 재판 마치는데 할 말이 있으면 해 보시죠"

    A씨 "억울한 마음이 많아서 할 말은 많지만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저는 성상담에 관여한 적 없고, 성상담 내용은 지금도 모릅니다. B씨와 C씨는 평범한 주부들입니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내용을 회개하라고 말하고, 오기억을 심을 능력이 없습니다. (중략) 고소를 결심하게 하거나, 강요한 사실 없습니다. 그들은 정상적 사고와 사회 생활하는 성인이고,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결정한 겁니다"

    "저는 33년 간 검찰 공무원으로 일했고 서기관 승진했습니다. 무리하게 이런 일을 해서 얻는 이익도 없고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을 처벌받게 할 목적이나 이유도 없습니다. 서기관 승진해서 2년 뒤엔 집행관 나갈 사람이… 이런 진술을 믿고 기소한 검찰에 대한 서운함과 답답함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여러 가지 압력으로 사실과 달리 거짓말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A씨의 부인 B씨와 집사 C씨도 모두 혐의를 부인하죠. 변호인 역시 피고인들은 신도들의 말을 믿었을 뿐, 허위였음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합니다. 처벌받게 할 목적도 없었다고 덧붙였죠.

    고심 흔적 역력했던 판사… 검찰보다 센 처벌 내렸다


    검사는 지난 8월 17일 마지막 공판 기일에서 "선고 기일을 넉넉하게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요구했고, 이에 판사는 "저도 빨리 쓰기 쉽지 않은 내용이어서 넉넉하게 할 겁니다"라고 답했죠.

    이번 재판 곳곳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가 고심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재판 내내 회개, 사역, 은사자 등 종교적 용어가 자주 등장한 것도 한몫 했을 겁니다. 또 전문용어는 아니지만 '가스라이팅'을 인정할 것인지도 중요 지점 중 하나였죠.

    그리고 약 석 달이나 지난 11월 16일, 판결 선고가 이뤄집니다. 판사가 쓴 판결문만 수십 장에 달했습니다. 통상적인 무고 사건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긴 판결문입니다.

    2023.11.1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선고 中
    재판부
    "피고인 A씨와 B씨는 교회에서 영적 능력이 있는 존재로 인식됐고, 교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은 
    '피고인 B씨와 C씨가 친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묻거나, 현재의 문제점을 친족 성폭행에서 찾았고 이후 유도와 암시, 강요로 친족 성폭행 사실이 구체화됐다'는 것으로 일치합니다. 여러 차례 조사와 신문과정에서 모두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성폭행 기억 과정, 형성과정에 대한 위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습니다. 
    (중략) 성폭행 사실은 피고인들이 교인들에게 오기억을 주입해 만든 허구로 허위사실로 인정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거짓기억을 주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을 인정한 겁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이 성상담 이전에는 모두 성폭력 피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성폭행 피해 기억이 몇 달에 걸친 성상담 중 피고인들에 의해 하나하나 완성됐다"라며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의 유도와 암시, 그리고 강요에 의해 고소사실과 같은 허위 피해를 만들어 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봤습니다.

    A씨는 재판 내내 피해자의 친부나 외삼촌 등을 처벌받게 할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판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자신을 이단으로 지목한 피해자 친부와 외삼촌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A씨에 대해선 2015년 4월 이단성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2016년 1월 지역 교회 장로들은 그를 이단으로 분류했습니다.
    2023.11.1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선고 中
    재판부
    "이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A씨의 권위에 도전하자 피고인들은 고소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따라서 범죄 사실은 피고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인의 법정 진술로 모두 인정합니다. 
    (중략) 피고인들은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들은 성폭행 사실이 허위인 것을 알았다고 판단됩니다" 

    판사가 판결문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는 그 순간, A씨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머지 두 피고인은 기도라도 하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죠. 공교롭게도 그 순간, 판사의 호통은 본격화됩니다.

    2023.11.1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선고 中
    재판부
    "무고죄는 국가 형벌권의 적절한 심판 기능을 저해하고, 부당한 형사처벌 위험에 빠트리는 범죄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중략) 친부와 외삼촌을 극악무도한 자로 만들었고, 피해자들도 이후 고소사실이 허위임을 깨달았으나 서로 생긴 불신과 훼손된 명예는 평생 회복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고소인들과 피무고자들의 평생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습니다.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반성의 여지도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들에게 검찰이 정한 벌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내립니다. 앞서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징역 3년을, C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2023.11.16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A씨 부부 무고 혐의 선고 中
    재판부 "선고합니다. 주문, 피고인 A와 B를 징역 4년에 처한다. C를 징역 3년에 처한다. 법정구속합니다. 변명할 내용 있습니까?"

    A씨 "…"

    재판부 "구속 사실은 누구한테 전달하면 됩니까?"

    A씨 "가족들 와 있습니다"


    재판 내내 불쾌함이 가득했던, 2년에 걸쳐 진행된 이 재판은 피고인 3명이 법정구속돼 끌려나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피해가족의 절규에도 이들은 '회개 과정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잘못을 고백한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이어갔죠.

    아직도 일부 피해자들은 주입된 거짓 기억을 사실로 믿고 있다고 합니다. 판사의 말대로 허위임을 알아챈 피해자 역시 그 상처를 평생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피해 가정이 평안을 되찾길 바랍니다.

    대검찰청은 선고 결과가 보도된 뒤 수사관 A씨에 대해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본 건은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보완 수사해 2021년 7월 불구속기소한 사안"이라며 "해당 수사관은 직위해제 후 중징계가 청구됐고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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