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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총선판을 맴도는 유령, 살생부의 정치학



칼럼

    [칼럼]총선판을 맴도는 유령, 살생부의 정치학

    조악하고 근거도 없는 살생부 난무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공천 마사지는 권력자의 힘
    잘못된 살생부와 마사지는 모두에게 치명상
    험지출마론은 현실성 없는 유령같은 정치프레임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어줍잖은 공포영화는 코메디 영화일 뿐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면 여의도에 3~400명에 이르는 이른바 정치 시나리오 작가들이 활동한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전현직 보좌관이나 정치 컨설팅 업체 관계자, 또는 스스로 정치 책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목줄을 옥죄는 각종 살생부를 생산해낸다. 공천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에게 살생부는 그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예외없이 살생부라는 것이 등장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22%, 46명의 죽고 살 원내외 당협위원장의 명단이 돌고 있다.
     
    수많은 총선을 현장에서 보아온 사람에게 이런 살생부는 놀라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다. 사실과 크게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어쩌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을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이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버전의 살생부가 난무할 것이다. 살생부는 공천개혁, 물갈이, 험지출마론 등의 프레임을 달고 나타난다. 
     
    2008년 이후 최근 4번의 총선에서 대체로 물갈이 비율이 높은 쪽이 승리했다. 지난 2020년 총선만 예외였다.
     
    2020년 총선 물갈이 비율은 미래통합당은 44%, 민주당은 28%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컷오프 대상자로 지목된 46명은 공천심사에서 대부분 컷오프될 것으로 보인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여기에 당 지지도보다 낮은 지지율을 가진 현역 의원들은 가시방석이다. 이들의 20% 가량을 추가로 컷오프 시킨다면 대략 지난 총선 때 만큼의 물갈이 비율이 만들어진다.

    여의도식 사투리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마사지가 가능해지는 영역이다. 그 마사지라는 것이 여야 권력자의 힘을 상징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마사지가 잘못 가해지면 마사지를 받는 사람은 물론 마사지를 시술하는 사람도 큰 부상은 물론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 윤석열 대통령의 힘으로 의원이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따라서,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 힘을 '윤석열 당'으로 만들 좋은 기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른바 비명계를 정리할 절호의 기회다. 마사지의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살생부를 만들기는 참 쉽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반대하는 의원들을 골라내 명단에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 어느 당 대표 시절에도 비주류는 있었다. 심지어 군사정권 시절에도 같은 당이라 할지라도 권력자에게 모든 의원이 순종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험지출마론이라는 유령같은 프레임으로 중진들을 쳐내려는 비현실적인 정치몰이가 가해지고 있다.
     
    정치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혁신위원장이 대통령의 힘을 내세우며 살생부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당 지도부이거나 중진 또는 대통령과 가까우면 무조건 자기 지역구를 비우라는 이런 얼토당토 않는 물갈이 방식은 본 적 없다. 보지 못한 이유는 성사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해서, 반대자들에게 수박이라는 구호를 달아 마녀사냥식 살생부도 본 적이 없다.
     
    두 거대정당이 얼마나 양당제의 기득권에 자신감이 있으면 이런 홍위병식 공천을 하려는지 용기가 가상하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한다. 중진들의 불출마와 물갈이도 때와 방식을 가려 진행되야 한다.
     
    정치신인이 명분을 갖고 등장하는 것처럼 중진들의 퇴장도 명분을 주고 가장 공감받을 수 있는 시기와 방식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존 정치인들을 토끼몰이하듯이 몰아붙이고 멋대로 살생부에 올려 압박하고 모욕하는 것은 공포정치나 다름없다.
     
    공포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피를 마구 흘려가며 어줍잖은 연출과 연기로 사람을 죽여대는 유령을 연기하지만 보는 관객들은 공포영화가 아니라 코메디 영화로 본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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