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속여 150억 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 임대인은 피해금액이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전세사기 혐의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첫 재판에서 피해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주장했는데, 피해자들은 도리어 탄식을 쏟아냈다.
임대인 40대 A씨는 LH가 운영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해, LH에 제출하는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속이는 수법으로 모두 159억 원에 달하는 전세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7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A씨가 외상으로 건물을 올린 뒤 완공된 건물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상환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대출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전국에 수백 채의 다가구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79차례에 걸쳐 타인의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대여 받아 사용한 혐의도 있다고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선순위 보증금이 문제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2021년경이고 이전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임의로 작성한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2020년에 이뤄진 일부 전세 계약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매각을 통해 피해 회복을 하려고 한다. 기일 진행에 있어서 피해가 회복되는 걸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기가 막히다는 듯한 반응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황진환 기자재판을 지켜본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박상연 부위원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9월 말~10월 초에 사건 터지고부터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다.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팔 수 있는 걸 팔아서 최대한 빠르게 자금을 마련하고 피해 구제를 하겠다고 하지만 두 달이 넘는 시점 동안 단 한 건도 반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자산을 매각하겠다라고 하지만, 자산을 매각해서 돌려받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다 근저당이 잡혀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말뿐인 시간 끌기로밖에 저희는 생각할 수 없고 사실상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기망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에서는 이날 재판에 넘겨진 혐의뿐만 아니라 A씨의 부동산 법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세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 피해금액이 2~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A씨의 재판에도 20여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방청해 재판을 지켜봤다.
피해자들은 A씨와 관련된 피해자가 늘고 있고, 내년 이후 전세 만기가 예정된 세입자들도 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대전지법에는 330명의 탄원서가 밀려들었다.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범들의 낮은 형량은 피해자들을 두 번 상처받게 만든다"며, "1억 원당 1년씩 형량을 추가해 범죄 수익금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