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기위해 연탄을 쌓아놓은 쪽방촌. 임민정 기자매서운 강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은 성탄절.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은 더욱 거센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지난 18일 영하권의 날씨에 찾은 영등포구 쪽방촌. 다닥다닥 붙은 방들 사이로 찬 바람이 들이찼고 연탄 때는 냄새가 풍겼다. 쪽방촌 주민들 손에는 상담소에서 나눠준 라면 상자가 들려있었다.
매서운 추위가 예고된 가운데 400여 가구가 사는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겨울나기'를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연탄이 높게 쌓여있던 쪽방 앞에서 만난 주민 이모(84)씨는 겨울이 오기 전 연탄부터 준비해 뒀다. 보통 연탄이 6시간이면 온기가 식어 하루 4~5장씩 태우기 마련이지만, 그는 고작 하루 연탄 2장만으로 추위를 견딘다고 했다.
한 몸 누이면 가득 차는 이씨의 좁은 방에는 온기가 있었지만, 문틈 사이로 쉬지 않고 외풍이 새어들어왔다. 9년째 이곳 쪽방촌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이씨는 "연탄도 때고 추워도 참아야지"라며 "교회에서 두꺼운 이불도 줬다"고 말했다.
연일 이어진 영하권 날씨에도 주민들은 치솟은 난방비 탓에 마음 편히 방을 데우기도 어렵다. 10년째 쪽방촌에 사는 이모(72)씨는 전기장판에 의존해 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쪽방 월세가 25만 원인데 기름이 한 달에 40만 원 넘게 나온다"며 "저녁에 잠깐 기름보일러는 틀고 대신 전기장판을 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전과 비교해 난방요금이 너무 올랐다"며 "요금이 올라 하루 3~4시간 정도 틀고 추운 날은 좀 더 트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역 앞 노숙인들도 매서운 바람을 피하려 검은 롱패딩을 입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시멘트 바닥의 냉기를 막기 위해 신문지를 깔았지만, 찬 바람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인듯 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자원봉사자들은 노란조끼를 입고 서울역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핫팩을 나눠주고 있었다. 핫팩을 받은 노숙인 이모(67)씨는 "정부 지원을 받는 데서 돌아다니며 핫팩을 준다"며 "이것저것 지원을 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회 등에서 나온 봉사단체도 천막을 세우고 노숙인들의 추위를 조금이나마 덜고자 따뜻한 커피와 짜장밥 등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뒤늦게 짜장밥을 얻으러 황급히 달려오는 노숙인들도 눈에 띄었다.
70대 노숙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민간 봉사단체가 준 것 같다"며 "원래 여러 군데에서 (봉사를) 나왔는데 요즘은 한 곳에서만 나오는 것 같다"며 자원봉사단체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몸을 겨우 누일 정도로 좁은 쪽방촌. 임민정 기자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파에 대비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과 돌봄을 강화하라"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말잔치'와 '후원'에만 그치지 말고 주거 형태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사회연대 이재임 활동가는 "겨울철 난방 요금을 인상하느냐 마느냐가 늘 나오는 얘기인데 더 중요한 것은 주택 품질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개선된 주거지에 에너지 빈곤층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얘기는 정부로부터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