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취임 후 6개월은 경기교육의 기본 설계를, 앞으로 1년은 설계도를 시공에 옮기는 기간입니다. '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라는 생각으로 경기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9일 경기도교육청 광교신청사에서 진행된 도교육청 출입기자단 공동인터뷰에서 경기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경기교육은 '다사다단(多事多端)' 그 자체였다. 호원초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촉발된 교권보호 대책 논의, 학생인권 조례 개정, 특수교사 아동학대 논란, 교부금 축소 등 사건·사고·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최근 진행된 '경기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경기도민 10명 중 6명이 긍정(매우·대체로 호감)적이라고 평가하며 나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임 교육감은 "새로운 교육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수정, 보완해 경기교육이 새로운 교육 프레임워크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2023년 경기교육 정책을 돌아보고 2024년 좋은 것들을 이어가며 경기교육이 바뀌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원초 교사, 극단적 선택…경기도형 '교권 보호' 두각
2023년 경기도를 비롯한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교권 보호'였다.
교권 회복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임 교육감이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사들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던 예전의 교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권 보호'는 자연스럽게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후 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을 시작으로 학생 학습권과 교사 수업권에 대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에서 분리교육 처분을 취하겠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세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단계별 민원대응시스템 마련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단 운영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이 담긴 교권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 교육감은 "금년도는 누가 뭐래도 서이초 선생님 사망 이후 생겨난 교권문제가 교육계에서 가장 큰 현안이었다"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교권 4법이 개정됐고, 법 체계상 어렵다고 했던 아동학대법에 대한 법률도 단서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경기교원보호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고 교원배상책임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교육 바꿀 IB 교육, 내년에는 어떻게 추진되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임 교육감은 내년을 '설계도를 시공에 옮기는 기간'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미 남다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업도 있다. 취임 초기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바칼로레아(IB)' 교육이 그 중 하나다.
IB교육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지식 전달의 목적보다는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 체제다.
현재 도내 IB 관심학교 30교(초 17교, 중 11교, 고 2교)가 있고 이중 18교가 후보학교 단계로 인증 받았다. 관심학교는 IB 프로그램 탐색과 교원 실천 역량 강화를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후보학교는 '탐구-실행-성찰' 중심의 IB 수업 설계와 체계적 평가 시스템을 적용한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과 교사 모두 성장하고 교사들이 함께 교육과정과 수업을 연구하는 학교의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내년에는 지역별 초-중-고 연계 IB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관심학교, 후보학교, 인증학교를 100교 이상 확대하고 교원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대학과 연계한 IB 전문가 과정(IBEC)과 IB 수업· 평가 역량을 강화하는 국제공인 전문강사 연수도 지속한다. 지역과 도에서 IB리더십팀을 운영해 IB 프로그램 공감대를 확산하고 학교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IB 수업-평가를 모델링해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경기형 IB 운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임 교육감은 "IB본부와 연계해 경기형 IB 평가관과 채점관을 양성하고 경기형 IB 평가센터를 구축해 교사의 평가 역량을 강화한다"며 "창의적이고 비판적 역량을 키우는 수업과 평가의 변화로 경기형 IB 운영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줄어든 교부금, 핵심 교육사업에 집중 투자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경기도교육청 제공임 교육감은 "교육은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부에서 내려오는 교부금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우려된다.
도교육청의 내년도 보통교부금(예정교부)은 15조 7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이로 인해 유보통합, 늘봄학교, 과밀해소를 위한 학교신증설 등 적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임 교육감과 도교육청은 교부금 감소에 대응하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금 활용(재정안정화·시설기금)과 불요불급한 사업비 감액 등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감액 조정으로 학교 교육력 강화를 위한 핵심 교육사업에 집중 투자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임 교육감은 "현재 교육재정에 대한 논리는 단순하다. 학생이 줄어드니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학생 수에 맞춰서 예산을 조정해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육재정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며 "담대하게 미래세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자율·균형·미래'…"흔들림 없이 경기교육 이끌겠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만큼 내년 역시 △학생인권조례 개정 △통합교육지원청 분리 △고교학점제 준비 △늘봄학교 추진 등 과제가 산제해 있다.
하지만 임 교육감의 올해와 마찬가지로 흔들림없이 '자율·균형·미래'를 바탕으로 경기교육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또 교육이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교육하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다"며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하고 이것이 공교육의 책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가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학생, 교직원, 학부모, 도민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얻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며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위해 더 세심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의 일문 일답.
△2023년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정책과 사업을 평가한다면
=경기교육은 다른 시도와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해서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교육청 직원들을 만나면 세계에 없는 것도 경기도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교육을 통해 세상의 여러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다. 2023년은 학교가 교육의 기본이 돼야 하고, 가장 중요한 교육활동이 장이 되도록 했다. 학교에서는 시대가 변해도 바뀔 수 없는 인성교육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데 필요한 기초 역량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었다.
디지털 흐름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교육에 결합시켜 학생들이 가장 좋은 여건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고교학점제 준비 계획은
=경기도교육청은 2022년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며 2025년 전면 적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2022년부터 학점제를 우선 도입해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진로·학업 설계를 강화하고 최소 성취수준 보장을 위해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에 대해 맞춤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교원 지원이 중요하다. 교과순회전담교사 배치 확대, 다양한 교과 지도 전문성을 위해 교사 역량 강화, 고교학점제 운영에 적합하도록 공간의 재구조화를 지원하고 있다. 22년 72개교, 23년 59개교 추진, 24년 115개교 추진해 고교학점제 학교 공간을 조성하겠다.
△교육부의 늘봄학교와 경기도교육청의 늘봄학교 공통점과 차별점은
=올해 돌봄교실에는 7만7천여명(1~2학년), 방과후학교에는 33만여명이 참여했다. 초등학교 40
만 명이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에 따라 대기자가 발생하고 있고 학교의 유휴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학교로 확대 집중되는 돌봄 수요를 지역사회로 분산하는 다양한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거점형 늘봄학교는 교육청 주관으로 학교 또는 외부 시설을 활용해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거점 돌봄기관을 구축해 돌봄이 필요한 학생에게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지자체와 연계해 돌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기도형과 교육부의 방향은 동일하다. 다만 늘봄학교 운영 학교를 확대하는 것은 학교 실정에 맞지않다. 학교 수를 늘리기보다 지역과 연계해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면 누구나 질 높은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는 책임돌봄을 실현하고자 한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 계획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도는 신도시 개발로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지역 여건에 맞는 독립적 교육행정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2개의 시·군을 관할하는 통합교육지원청의 경우 2개 기초자치단체와 협력 대응의 어려움도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교육 지원을 위해 통합교육지원청이 개별 교육지원청으로 분리돼야 한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단계는 벌써 넘어갔다. 8부 능선 넘어 9부 능선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행정절차가 필요한 단계다. 교육부의 뜻은 교육청의 뜻과 같다고 본다. 다만 조직을 담당하는 행안부, 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이끌어가는데 행정기관의 설립· 분리하는 것은 두 부서의 협의가 필요하다. 행안부 장관 만나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경기교육의 미래를 위한 학생인권 신장 방안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보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개정하고자 한다. 지난해부터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강조하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준비해왔다. 모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가 핵심이다.
그동안 학생 개인의 인권 보호를 다른 학생의 권리 침해보다 중요시했던 문화로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에는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해도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가 갖는 의미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준비해왔다.
현행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에 보장된 인권에 초점 맞추고 있다. 학생이 가져야 할 자유와 권리, 한계가 규정되지 않았다. 해서는 안 되는 부분,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주호민씨 아들 관련 특수교사의 아동학대가 논란인데, 개선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우선 학교 교실 안의 문제가 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특수교육 현장은 일반적인 교육과 같은 선상에 두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호민 씨 아들 관련 특수교사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부모 입장에서 들어보면 속상할 만하다고 보지만, 반대로 특수교사도 오랜 시간 동안 교육하는 과정에서 간혹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이를 과연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볼 것인지가 현재 쟁점인데, 도교육청 입장은 이 부분에 있어서 너무 엄격하게 하면 특수교사들이 실제 교육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통합해서 살아가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같은 선상에서 성장하며 장애학생의 장애가 걸림돌 되지 않고 원하는 직업과 진로를 연결해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특수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장애학생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특수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겠다.
△2024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과 사업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미래사회는 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다. 미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며, 교육의 중심인 학교에서부터 방향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024년 경기교육은 학력 격차 해소 및 기본학력 신장을 위해 경기미래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지역자원 활용 학생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해 경기공유학교를 본격 추진한다. 또 모든 영유아 성장의 첫걸음부터 차별없는 교육·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보통합의 기반을 마련하고, 학교 자율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공동체 숙의를 통한 학교자율과제 운영을 본격 내실화한다. 모든 교원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원 업무를 효율화하고,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가정 연계 인성교육과 학부모교육을 강화한다.
△경기교육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가의 흐름도 변화시킨다. 그만큼 세상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자 교육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경기교육은 다른 시도와 비교가 아닌 세계를 무대로 변화할 것이다. 경기교육이 바뀌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뀐다는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미래교육은 시대의 흐름인 디지털을 교육에 접목하고 네트워크를 접목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제대로 된 인성 속에서 네트워크를 활용할 줄 아는 교육, know who와 know where를 찾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