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과 2분의 1 A' 김관 연출(왼쪽부터)·황성진 지휘자, '언덕의 바리' 김정 연출, '민요 첼로' 임이환 예술감독, '아들에게' 김수희 연출, '만중삭만 - 잊혀진 숨들의 기억' 김고은 기획, '물의 놀이' 이상경 음악감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연극 2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언덕의 바리'(1월 6~14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와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1월 13~21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 관객을 만난다.
'언덕의 바리'(극작 고연옥·연출 김정)는 평남도청에 폭탄을 투척한 독립운동가 안경신(1888~?)의 생애를 바리데기 신화와 엮어 꿈과 현실을 오가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극작·연출 김수희)은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현미옥(앨리스 현·1903~1956?)의 삶을 박기자라는 등장인물이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극을 전개한다. 2021년 여행자극장에서 낭독공연으로 올렸던 작품을 3년 만에 공연한다.
두 작품은 독립운동가로서 두 여성이 남긴 업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언덕의 바리'를 연출한 김정은 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안경신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하려 했던 동력이 뭘까를 몸과 소리, 무대미술로 표현했다"며 "그의 정의로운 모습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이 비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희 연출은 "현미옥의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53세에 북한에서 박헌영과 함께 숙청당할 때까지 많은 조력자·협력자와 연대하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두 연출은 왜 안경신과 앨리스 현에게 흥미를 느꼈을까. 김정 연출은 "안경신은 성공하지 못한 독립운동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국에 대한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아들을 출산한 뒤 세상에서 사라진다"며 "오히려 그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미지가 박제되지 않은 안경신이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으로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수희 연출은 "여전히 빨갱이라는 표현을 쓰고 국가보안법 아래 남북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에서 현미옥이라는 인물을 발견해 기뻤다"며 "미국 시민권자로 하와이에서 태어난 여성이 사회주의에 심취하고 이념을 키우다가 북한행을 택한 사실이 저한테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정 연출은 "독립운동가로서 안경신이 이룬 업적은 미비할 수 있지만 조국 독립을 위해 맹렬히 돌진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이름 없는 존재들도 삶을 위해 돌진했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다"고 말했다. 김수희 연출은 "사람이 오롯이 이념만 갖고 살지는 않는다. 현미옥 역시 사랑이 이념으로 굳어져 본인을 투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음악 '민요 첼로'(1월 6일), 오페라 '3과 2분의 1A'(1월 11~12일), 전통예술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1월 12~13일), 전통예술 '물의 놀이'(1월 20~21일)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