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 부동산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로 중국의 대표적인 그림자금융 기업인 중즈그룹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그림자 금융으로 본격적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7일 매일경제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최근 "만기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없고, 채무 상환에 쓸 수 있는 자산도 부족하다"며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5일 "기업파산법 제2조 1항에 명시된 파산 사유에 부합한다"며 중즈그룹의 파산 신청을 승인했다.
중즈그룹은 중국의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 기업이다. 그림자 금융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의 자금을 모아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회사에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며 수익을 내는 금융기업이나 상품이다. 최근까지 고위험고수익의 부동산개발에 큰 돈을 투자해왔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최대 12조 달러(약 1경 569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중즈그룹도 부동산개발업체의 자금줄 역할로 한때 자산규모를 1조 위안(약 184조 원)까지 불렸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헝다그룹 등 중국 굴지의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에 빠지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들자 중즈그룹 등 그림자 금융도 위기를 맞았다.
연합뉴스중즈그룹의 위기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8월 초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다. 당시 중즈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부동산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만기가 도래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는데,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투자가 중룽국제신탁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됐고, 조사결과 자산 총액을 초과한 채무가 우리돈 4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즈그룹과 함께 또 다른 자산관리업체인 완샹신탁도 10억 위안에 달하는 만기도래 신탁상품의 상환을 3개월 이상 미뤄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따라 중즈그룹의 파산을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분야의 대규모 부실이 그림자 금융의 붕괴 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그림자 금융 부문으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이위안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록 실버스는 "이러한 문제가 중즈그룹이나 완샹신탁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림자금융 업계의) 광범위한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