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70)이 수술 합병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중이면서도 백악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군의 결정을 내리는 지휘 계통에서 바이든 대통령 다음인 두 번째이고, 대통령직 승계 6위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이 1일 선택적 의료 시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입원했다"며 "현재 회복중이며 오늘 모든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은 미국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란이 배후인 현지 민병대 지휘관에 대한 공격을 실행한 날이었다.
앞서 중동에서는 하마스 제3인자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리가 살해됐고, 이란에서는 의문의 폭탄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모두다 오스틴 장관의 부재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국방부측은 "캐서린 힉스 부장관이 오스틴 장관 입원 기간동안 업무를 대행한다"고 말했지만, 힉스 부장관은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장관은 병원에 입원중이고 휴가중이던 부장관이 휴가지에서 비상 통신을 켜고 장관 대행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국가 안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 시기에 공인의 사생활이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 것이냐"며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지난 4일에야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6일 '다음 국방장관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목요일까지,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는 금요일 밤까지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일까지 버진 아일랜드에서 신년 휴가를 보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동과 유럽에서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1,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셈이다.
톰 코튼(공화당·아칸소주) 상원의원은 "국방장관은 가장 중요한 결정이 몇 분 안에 내려져야 할 때 핵 지휘계통을 포함해 대통령과 군대 사이의 핵심 연결고리"라며 "이번 사태가 사실이라면 이 충격적인 붕괴에 대한 결과와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국방부가 공개한 오스틴 장관의 입원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진행중인 전쟁의 균형을 맞추는 등 지난 한주 동안 비상사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처리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6일 밤 "대중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전적으로 제 책임이며 앞으로 펜타곤으로 복귀해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