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알트만 대표. 황진환 기자챗GPT를 만든 '오픈AI'의 CEO(최고경영자) 샘 알트만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설계부터 자체 생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협력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알트만은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 등과 각각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팹·Fab)도 둘러봤다.
이번 방한은 알트만의 'AI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알트만은 오픈AI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팹'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선 알트만은 미국 의원들과 만나 AI 반도체 공급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팹을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도 주고받았다. AI가 전 세계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고, AI 반도체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군사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와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ARM'을 보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대화를 시작했다. G42는 80억~100억 달러(약 11조~13조 원)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인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AI 시장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AI에 맞춰 독자적인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인 셈이다.
알트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찾은 이유도 여기 있다. 챗GPT가 문을 연 AI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사전 협의에만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다. 글로벌 HBM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생산하는 HBM은 이미 완판됐다.
다만 인텔은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데 3년에 걸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한다. 이에 따라 알트만이 애플처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안정적인 AI 반도체 생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은 세계 2위의 파운드리인 것은 물론, AI 반도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는 HBM이 필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포브스는 알트만의 AI 반도체 자체 생산 전략에 대해 "AI 산업의 수직 계열화와 하드웨어 맞춤화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도전이 성공한다면 AI 반도체 산업은 물론 AI 기술의 발전과 적용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