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9일 선감학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헌화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청 제공경기도가 공권력으로부터 잔혹하게 인권 유린을 당한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에 나선다.
13일 경기도는 9억 원의 예산(예비비)을 긴급편성해 다음 달부터 1년 5개월간 안산시 선감동 일대에서 발굴, 조사, 감식, 봉안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주도의 유해 발굴 예산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발굴 대상지는 선감동 산37-1번지 2400여㎡ 묘역으로, 114명의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10월 선감학원 운영 주체였던 경기도와 함께 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 지원책 마련과 유해 발굴 등을 권고했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건의 핵심 주체로 국가를 지목하고, 도는 협조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유해 발굴이 어렵게 되자, 도가 직접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9월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묘역의 일부 분묘를 시굴해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치아 278점과 고리, 단추 등 유품 33점을 발굴한 바 있다.
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지원 대책으로 피해자지원금과 의료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옛터 보존·활용 연구, 추모비 설치, 추모문화제 지원, 희생자 유해발굴 등에 모두 22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선감학원은 과거 국가가 부랑인 문제 해소와 도시환경 정화 등을 명분으로 신고단속체계를 구축해 아동들의 신병을 확보 후 수용하던 시설이다. 1956년 '부랑아 근절책 확립의 건'에는 '부랑아 조기발견, 수용보호, 본적지 송환, 부랑행위 방지'가 목적으로 명시됐지만, 실제로는 부모와 주거지가 있고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복장이 남루하거나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끌려가는 사례가 잇따랐다.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원생들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석화 양식 등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것을 비롯해 급식 양이 부족해 열매, 들풀,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시설 내 가혹행위로 심각한 신체·정신적 후유증을 앓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 아동들의 인적 사항을 임의로 변경해 실종자가 발생하거나 가족관계와 원적을 회복하지 못한 사례들도 조사됐다.
마순흥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40년 이상 장기간 묘역 방치로 인한 유해멸실 우려 등 신속한 발굴이 절실하다"며 "이번 발굴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