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수도권 5대 대형병원, 이른바 '빅5' 전공의들의 전면 사직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주동자 구속수사'까지 검토하고 나섰고요, 의사단체 일부 간부의 면허 정지를 위한 행정 절차에도 들어갔습니다.
당장 중요한 수술이나 진료를 앞둔 환자 분들은 예정된 일정이 무기한 밀리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보건복지부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은지 기자.
[기자]네, 저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결국 내일(20일) 새벽부터 서울대병원을 포함해서 빅5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겠다는 건가요?
[기자]네 그렇습니다. 그 전에 먼저 빅5는 서울 5대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이곳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을 이르는데요. 의사 면허를 따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총 221개 의료기관에서 수련 중인 인턴·레지던트를 '전공의'라 부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미 4년차를 제외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전원이 오늘(19일)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앞서 의국장이 사직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대로 금일 오전 7시부터 소청과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앞서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회장은 빅5 전공의 대표들과 긴급회의 후 내일 오전 6시부터 모든 소속 전공의들의 근무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박 회장 본인도 오늘 자신이 근무해 온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이 사실을 SNS(페이스북)로 밝히면서,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앵커]지금 문제가, 빅5 외 다른 전국의 병원들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거죠?
[기자]맞습니다. 비단 빅5에 국한된 움직임은 아니고요.
대전성모병원도 전공의 44명이 사직서를 낸 후 오늘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전북대병원은 20개 진료과 전공의 189명 전원이 오늘로 사직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일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떠날 예정입니다.
인천 가천대길병원 등 서울 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에서도 속속 사직서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장 이탈이 확인된 103명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도 내려진 상태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암환자의 수술 일정이 무기한 밀리고 진료가 축소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박희영 기자의 리포트로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반대 궐기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리포트>입원 치료를 받던 백혈병 환자를 하루 아침에 외래진료로 내보냅니다. 수술 일정이 밀리고 밀리다 간신히 입원한 환자를 별다른 조치도 없이 퇴원시킵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병원 현장에서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병원 환자들]"저희가 (암이) 3기 말에서 4기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 빨리 해야 다른 장기로 가는 걸 막을 텐데...수술 일정이 잡히긴 했는데, (담당 의사가) 그 일정들이 될지 안 될지 모른다고…"
"내시경 수술을 받으시고 해결이 안 돼서 개복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급한 환자 위주로 해야 된다고 해서 3개월 후로 (수술 일정이) 다시 (밀렸어)…"출산일을 앞둔 임신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만난 임신부 조아라 씨입니다.
[조씨]"제왕절개를 할 거라서 혹시 그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저희도 걱정은 하고 있어요."의료인들이 왜 집단행동에 나섰는지 시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시민들]"맨날 의사 달린다고(부족하다고) 해놓고 또 증원한다 하니까 파업하는 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더라고…"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의사 측 이런 파업이 개인적으로 잘 납득은 잘 안 되는데 과연 그들이 뭐가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요."뻔히 예상됐던 의료 대란인데 충분한 대비도 없이 의대생 증원 정책부터 강행해온 정부에도 비판이 쏟아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맞대결에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간절한 환자들이란 지적입니다.
CBS뉴스 박희영입니다.
19일 제11차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참석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수본 부본부장). 복지부 제공[기자]이처럼 전공의 집단행동의 파급력이 큰 이유는 이들이
응급실과 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각 진료과 교수를 도와 수술, 회진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전공의는 약 1만 3천여 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빅5에 근무하는 인원만 2700여 명입니다. 교수와 '펠로우'라 불리는 전임의를 포함한 소속 전체 의사(7042명)의 무려 39%에 해당됩니다.
[앵커]그러니까 규모가 더 큰 병원일수록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데요. 정부의 입장은 계속 '법대로 처리하겠다', 이런 건가요?
[기자]그렇습니다. 먼저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고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또
오늘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도 내렸는데요. 의료법 59조에 근거한 조치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업·폐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면 복지부 장관이 업무를 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역시 오늘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한의사협회가 어제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한 총리 담화문을 '겁박'이라 표현하며 '의료 대재앙'을 언급한 데 대해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민수 2차관]"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인 발언은 국민에 대한 도전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 것인지 참으로 충격적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앞서 복지부는 의협 집행부 등을 상대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의협 비대위가 전공의의 사직을 사실상 부추겼다는 판단 아래
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해 오늘 면허정지를 위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선처는 없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주동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앵커]네, 하지만 수사는 '사후 조치' 아닙니까? 당장 집단행동 때문에 내일 의료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데 환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기자]네, 우선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소방청과 함께 환자 중증·응급도에 맞는 신속한 이송 및 전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경증·비응급환자는 2차 병원이나 동네 병·의원으로 이송하겠다는 거고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진료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필요 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도 투입
하기로 했습니다. 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될 경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에서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상급병원의 의료 공백이 길어질수록 환자 위험과 정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다시 한 번 박민수 2차관입니다.
[박민수 2차관]
"정부는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 전면에 나서서 위기로 내몰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흰 가운은 환자에게 생명과 희망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여러분의 숭고한 가치를 쉽게 내려놓지 않기를 간절히 당부드립니다."[앵커]당장 내일 의료현장에서 큰 피해가 없기만을 일단 바라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