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력 외신에서 한국의 '노키즈존'을 저출산 현상과 연관시켜 비판하는 기사가 또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미국 CNN, 워싱턴포스트 등도 비슷한 취지로 '노키즈존'을 조명한 바 있습니다.
19일(현지시각)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한국에서는 카페와 레스토랑에 노키즈존이 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르몽드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며 "그 사례는 어린 자녀의 입장을 거부하는 매장이 많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르몽드는 음식 가격이 비싼 편인 국내 수도권 한 초밥 가게 업주와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업주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유아용 시트가 있었지만 문제가 너무 많았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음식을 던지고 먹기를 거부하곤 했다"며 "그런 행동은 다른 손님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게의 음식) 가격은 꽤 비싸고 고객들은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음식이 비싼 만큼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르몽드 기사에는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노키즈존 실태 조사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노키즈존은 542곳,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구글 지도에 표시한 노키즈존도 459곳입니다.
이에 대해 르몽드는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우려스럽다"면서 일종의 낙인찍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민아 교수는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르몽드는 한국의 노키즈존이 2010년대 초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로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과 연관돼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식당 등에서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2011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힌 10세 아이가 화상을 입자 법원이 식당 주인에게 4100만원을 피해 아동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르몽드는 한국에서 노키즈존 운영을 영업 자유로 볼 것인지, 특정 계층에 대한 차별로 볼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르몽드 캡처실제 르몽드 보도처럼 국내에서 '노키즈존'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르몽드 보도를 접한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나는 나부터 거리에서 아기가 보이면 귀여워 해주고, 쇼핑몰이나 카페 등에서 아기랑 같이 온 '엄빠' 있으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기 한번 보고 웃고 엄마 아빠 한번 보고 웃으면서, 그들이 아기랑 같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전혀 남에게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오버 아닌 오버액션을 하고 있다"며 "물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무개념 부모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90%, 아니 95%의 엄마아빠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 조금은 이해하고 배려하자. 엄빠가 처음이라 서툰 엄빠들도 많다"고 썼습니다.
외국에 비해 한국이 각박한 편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언제부터 한국 사회가 이렇게 조금의 피해도 허용 못하고 각박해졌나. 외국에 나가면 애들이 울고 자지러져도 신경도 안 쓰더라"며 "아동 혐오, 노인 혐오, 장애인 혐오가 판을 친다. 우린 아직 후진국이다. 유럽인들이 우리나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식에 대해 기겁하더라"고 썼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금쪽이들이 자라서 이기심 끝판왕이 됐다. 그래서 모든 것을 셈해서 금전적 이익과 손실로 기준점을 잡으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노키즈존 때문에 저출산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 저출산으로 애들을 과잉보호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니 노키즈존이 증가하는 거 아닌가"라며 "솔직히 공공장소에서 남의 자식들이 난장판 치는 거 참기 싫다"고 밝혔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 다른 누리꾼은 "애들도 문제고, 그 애들을 데리고 온 엄마도 한술 더 뜨기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긴 것"이라며 "애들로 인한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사례들이 많다. 만약 엄마들이 개념 챙기고 애들을 데리고 다닌다면 노키즈존은 안 생겼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좀 엄격했던 세월에는 노키즈존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아이에게 예의범절과 공중도덕을 가르치지 않는 세태가 노키즈존을 낳은 것"이라며 "출산율 저하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젊은이들이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 대해 르몽드는 "노키즈존 현상은 여러 범주의 인구에 낙인을 찍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라며 이런 입장 제한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고령층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가 또 다시 불을 지핀 한국의 '노키즈존' 논쟁. '노키즈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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