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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호소에도 썰렁한 병원…환자도, 남은 의사들도 '울분'



전공의 복귀 시한 D-DAY…일선 의사들 "전공의 돌아오는 분위기 아냐" 우려
"급한 수술 생길까 걱정"…항암 치료 밀릴까 보호자들은 노심초사
거리로 나온 환자단체 "치료 연기는 사실상 사형 선고"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통보한 '전공의 복귀 시한'인 29일,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다. 열흘째 이어진 의료대란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에서, 거리에서 전공의들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대형병원 병원장들도 이탈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도 정부의 '최후통첩' 당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전문의는 "과마다 돌아오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우리 과는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들이 줄어 병원이 한산했다. 김수진 수습기자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들이 줄어 병원이 한산했다. 김수진 수습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평소보다 외래 환자가 줄어 한산했다.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절반으로 줄이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인 탓이다.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료실 앞 '무한 대기'는 다소 줄었지만, 보호자들은 급한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잡히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질까 노심초사했다.
 
위암을 앓았던 남편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은 유모(67)씨는 "(전공의 집단행동) 맨 처음에 굉장히 무서웠는데 지금은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무뎌졌다"면서도 "급한 환자들, 수술받는 환자들은 힘들고 불안하고, 빨리 전공의 선생님들이 잘 해결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29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구급차 2대가 대기 중이다. 주보배 수습기자29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구급차 2대가 대기 중이다. 주보배 수습기자
60대 여성 이모씨는 폐암 환자인 남편을 데리고 사흘 만에 서울 성모병원을 찾았다. 사흘 전, 병원 측은 "입원실이 없어 입원 치료를 할 수 없다"며 이씨 부부를 돌려보냈다.
 
이씨는 "이제 항암 치료가 될 수 있나 오늘 또 봐야 한다"며 "우리 아저씨가 3주에 한 번씩 치료받아야 하는데, 지금 (치료를 못 받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러면 치료 효과도 없다"고 걱정했다.
 
병원 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지켜달라는 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의 집단행동이 또 발생해도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진미향 대표는 "수련병원에서 간호사 등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버팀목마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의료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다"며 "중증환자에게 수술, 방사선치료, 장기이식, 조혈모세포 이식 등 치료 연기는 사형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후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단체와 정부는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강대강 싸움을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환자들을 방치하고 병원을 떠나는 이 의료대란 사태가 정녕 대외적으로 의료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

또 이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중증질환 치료와 무관한 영리기업 배 불리는 비대면 전면 실시를 철회하라"고 함께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2%인 99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72.8%)이다.
 
떠났던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도 일부 있었다. 정부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했다. 상위 수련병원 50곳만 따지면 전공의 181명이 현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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