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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만든 전기는 안 된다?…한국 기업들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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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으로 만든 전기는 안 된다?…한국 기업들 '전전긍긍'

    글로벌 기업, 친환경 목표 달성에 고객·납품사 동참 요구
    원전 생산 전력 배제한 RE100 요구 불응엔 불이익 우려
    국내 100% 재생에너지 전력 10% 수준…용어 혼재에 혼란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애플과 ASML 등 글로벌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경영 목표를 수립하면서 납품업체 등 공급망의 참여를 요구한다.
     
    수출 경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인 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할 경우, 공급망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의 부담감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은 최근 연간 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해 모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넷제로(Net Zero)'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에 '슈퍼을'로 불린다.
     
    먼저 용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넷제로는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전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생산 단계에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다.
     
    넷제로 달성을 위한 첫 번째 징검다리 단계는 'CFE(무탄소에너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인 CFE는 전력 생산 단계부터 먼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인정한다. 
     
    친환경 경영에 가장 앞장서는 EU(유럽연합)의 경우도 긴 논의를 거쳐 2022년 친환경 투자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및 계획을 조건으로 원전을 포함했다.
     
    넷제로를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인 RE100도 CFE처럼 전력 생산에 한정한 개념이다. 다만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다. 따라서 원전을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한다. 대신 REC(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인증서) 거래를 허용한다. 국제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이 주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ASML은 넷제로 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100%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는 RE100을 뜻한다.
     
    ASML의 고객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ASML 매출의 약 25% 차지한다. 
     
    ASML은 고객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필수인 ASML 장비 공급 지연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SML뿐만 아니라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80여 개 글로벌 기업이 RE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도 RE100 달성을 선언한 상태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삼성전자의 경우 2022년 국내 전력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 수준이다. 석탄이 31.1%로 가장 크고 원자력이 30.4%로 뒤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면서 RE100 달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복귀) 전략에는 RE100 달성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기업이 RE100을 달성했거나, 목표치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업이 공급망에 RE100을 요구하면 고객사인 우리 입장에서 난감하다"면서 "RE100을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에 요구하는 '넷제로'가 RE100인지 CFE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넷제로를 요구하는 기업에 RE100을 뜻하는지 CFE를 뜻하는지 문의해도 답변이 모호하다. 넷제로, RE100, CFE 등 세 가지 개념을 섞어서 사용한다"면서 "원전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만 속이 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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