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는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즉각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나채영 수습기자여성가족부의 위·수탁 기관을 통해 고용된 이주여성 노동자 100명 중 82명꼴로 호봉 기준표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116주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은 8일 이날, 이주노동자들은 여가부를 향해 이제라도 차별의 고리를 끊어내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는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즉각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달 8일부터 29일까지 가족센터·다문화가족 지원 이중언어코치와 통·번역사 233명을 대상으로 '이주여성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00명 중 82명꼴로 호봉 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민간 기업에 곧바로 고용된 것도 아닌, 여성가족부가 직접 위·수탁한 기관을 통해 고용된 이주여성 노동자들인데도 호봉조차 제대로 챙겨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권수정 부위원장은 "국가기관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에게 기준도 없이 임금을 주나"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호봉 기준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 보니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받는 수당 역시 제대로 지급될 리 만무하다.
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17.6%는 경력에 비해 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2.8%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족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57.1%는 시간외근무 수당을 적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휴가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응답률도 19.3%였다.
권 부위원장은 "차별적 지침과 예산이 이주여성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내몰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 등이 이주여성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와 관련, 앞서 여성가족부는 올해 열린 '가족서비스 사업설명회'에서 이주여성 노동자들에게 호봉 기준표를 적용해달라는 노조 측 요청에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로 일하는 A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직장에서 일할수록 이주여성을 향한 차별과 인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12년째 낮은 급여와 많은 업무를 참고 견디며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12년을 일했는데 승진은커녕 급여조차 그대로라니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며 "여성가족부는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멈추고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전문성과 경력을 인정하기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더 나아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김혜정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잇따르는 원인으로 고용허가제에서 규정한 '사업장 이동 제한'을 꼽았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사업장을 벗어날 수 없으니, 불합리한 처우를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은 "비전문취업(E-9) 비자의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 등 기본 주거환경조차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폭언, 폭행, 임금 체불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 이동 제한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려 있다"며 "최근 사업장을 이동하더라도 지역을 벗어날 수 없도록 제약해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이주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은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체류 가능 여부가 고용 상태와 연동돼 있다"며 "이주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돼 인권 침해 논란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