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출국금지 상태로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논란을 빚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국 호주로 출국했다.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 조사 후 사흘, 출국금지 해제 이틀 만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전날 오후 7시4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브리즈번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대사 업무에 필요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호주 정부로부터 받고 외교관 여권도 발급했다.
이 전 장관은 올해 초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사건으로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이 주호주대사 임명 이틀 만인 지난 6일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수처 수사 상황이라 알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피의자의 출국금지 조치와 고위공직 후보자의 1차 인사검증을 결정하는 부처는 모두 법무부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곧바로 소환해 4시간짜리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기다렸다는 듯 하루 만에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주호주대사 임명(3월 4일)부터 출국금지 논란(3월 6일), 공수처 출석(3월 7일), 법무부 출금 해제(3월 8일), 호주 출국(3월 10일)까지 모든 일은 잘 짜인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필요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달랑 4시간에 불과한 약식 조사로는 사안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어 반드시 이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수사팀 입장이라고 한다.
일단 "법과 절차,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공수처 공식 입장이지만 향수 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전 장관의 출국으로 당장 강제수사 등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이 전 장관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 등 수십 명과 함께 인천공항을 직접 찾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7시15분쯤 "(이 전 장관이)벌써 출입국 심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다"며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를 따지겠다. 호주 대사 임명부터 모든 출입국 절차 과정과 수사 등 실무 담당자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수석대변인과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도 공항을 방문해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규탄했다.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하는 행태에 공정과 상식이 어디에 있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