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수납원에 대해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맞고,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내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무원은 도로공사에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일 한국도로공사 고속국도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수납 업무를 수행하는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A씨 등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한국도로공사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어 근로조건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경우에는 근로 내용과 가치, 근로조건 체계, 파견법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해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A씨 등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판에선
사용 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이 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는데,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어떤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하는 지가 쟁점이었다.
이날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를 설시하며 "사용 사업주가 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해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근로 내용과 가치, 사용 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사용 사업주와 파견 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톨게이트 수납원에 대해
"피고(한국도로공사)의 현장 직군 하위 직종 중 하나인 조무원은 피고의 '기간 정함이 없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2014년 이후 현장직 직원에 대해 직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본급표를 적용하는 등 현장직 직원들의 근로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현장직 직원의 업무보다 근로가치가 낮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외주화 이전에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그 당시 청소원, 경비원 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의 임금보다 다소 높았다"라며
"이 점에 비춰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적어도 피고의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손해배상 금액 산정 부분에 대해선 파업 참가 기간, 결근 기간 등은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한편 함께 소송을 낸 한국도로공사 상황실 보조 업무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조무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 중에 원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상황실 보조원들은 업무 특성상 적지 않은 야간·연장·휴일 근로를 해야 하고, 임금에서 야간·연장·휴일 근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 이와 같은 형태로 근무하는 피고 조무원이 있는지는 기록상 확인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예규상 조무원의 기본급표는 1일 기본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근무형태가 서로 상이한 조무원과 상황실 보조원의 노동 강도가 동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업무 내용의 차이까지 고려해 보면 상황실 보조원의 근로 가치가 조무원과 같거나 그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