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 제공 "프랑스의 아름다운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42·중국)이 프랑스 레퍼토리를 담은 새 앨범 '생상스'(도이치 그라모폰)를 지난 5일 발매했다. 프랑스 남성 작곡가 생상스, 라벨, 드뷔시와 프랑스 여성 작곡가 5명(루이즈 파렝·멜라니 보니스·제르맹 테유페르·릴리 불랑제·샤를로트 소이)의 곡으로 앨범을 채웠다.
랑랑은 지난 8일 화상 가지간담회에서 "프랑스 곡으로 만들어진 앨범을 내서 프랑스의 아름다운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어릴 때 프랑스 음악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 인상주의 회화처럼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음악은 흐르는 물처럼 느껴져요. 황혼, 연무, 색채 등 자연을 닮았죠. 로맨스, 사랑을 향한 갈구 등 감성도 풍부해요. 이번 앨범은 유연하게 표현하되 정확히 해석해서 연주하려 했죠."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랑랑은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사는 중국과 달리 파리는 느긋한 도시라서 조금은 게을러져도 괜찮다. 이러한 부분이 음악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생상스의 곡은 '동물의 사육제'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담았다. "독일이나 러시아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에 비해 프랑스 작품은 그렇게 자주 연주되는 것 같지 않아요.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경우 콩쿠르에서는 많이 연주되지만 프로 연주자들은 그다지 연주를 안 해요"
랑랑은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며 "호로비츠가 연주하면서 스크랴빈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많이 연주되지 않은 작품이더라도 누군가 발견해서 연주하기 사작하면 재발견돼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여성 작곡가 5명의 곡을 포함한 것에 대해서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의 작품을 찾던 중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고 금세 사랑에 빠졌다"며 "작곡가의 이름값에 상관없이 음악이 아름다워서 골랐다"고 했다. "여성 작곡가뿐만 아니라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해서 우리가 이들의 훌륭한 피아노 곡을 살려야 해요."
피아니스트 랑랑과 그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앨범 작업에는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인 아내 지나 앨리스가 힘을 보탰다.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와 드뷔시 '작은 모음곡'에 제2 피아니스트로 참여했다.
"연주와 작곡을 겸하는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고 아내를 치켜세운 랑랑은 "협업하는 것이 즐겁다. '우리가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를 잘하면 가족이지만 엉망으로 연주하면 그냥 동료일 뿐'이라고 농담하곤 한다"고 웃었다.
이번 앨범을 연주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지휘 안드리스 넬슨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생상스의 작품만큼은 이 악단이 정통성을 갖고 있어요. 현이 아름다워서 픙성하고 깊이 있는 연주를 하죠. 이번 앨범도 진지한 태도로 임해줬어요. 생상스의 곡을 쉽다고 여기는 젊은 지휘자들도 생각을 전환하길 바랍니다."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랑랑은 "예전에는 셰익스피어, 빅토르 위고, 톨스토이 등의 고전을 주로 읽었는데 요즘은 실용서를 가까이 한다"며 "최근 'How to Sleep Better'이라는 책을 읽었다. 40대에 접어든 만큼 건강 관리와 잘 사는 법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링랑은 오는 11월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레퍼토리를 확장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많은 작품과 연결되고 싶으니까요. 내한 리사이틀에서는 쇼팽의 '마주르카'와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들려줄 예정이에요."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