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긴급총회에 의료진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이른바 '빅5'에 들어가는 삼성서울병원 등에 소속된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의결했다. 이로써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배분 발표를 하루 앞두고 사실상 수도권 5대 대형병원과 연계된 대학 교수들이 모두 사직서 제출을 통한 집단행동을 확정하게 됐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6시 의대 기초의학교실과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교수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위는
교수들의 사직서를 취합해 '적절한 시점'에 동시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의대·병원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1%가 단체행동에 찬성했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은 '자발적 사직'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면허정지 절차가 진행 중인 미복귀 전공의나 의대생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 또는 타 대학과의 공동 대응을 고려해 구체적 제출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현 의료공백 사태는 '정부의 졸속 의료정책'이 몰고 온 결과라며 "대학병원에서의 수술이나 외래 진료가 지연된 환자 분들에게 의료계의 일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공의들이, 학생들이 왜 떠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지 말아 달라"며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젊은 의사들의 간절한 외침을 경청해 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들의 빠른 현장 복귀를 기원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그토록 간절히 복귀를 요청하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무리한 의대증원 정책', '명확한 재원 조달계획이 없는 필수의료 패키지'의 추진을 멈춘다면 당장 환자 곁에 돌아올 거라고도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왜 그들의 목소리엔 귀를 닫은 채 병적으로 2천 명이라는 증원 숫자에만 몰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는 전세기를 띄울 예산으로 필수의료를 당장 살려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앞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7일 채널A 인터뷰에서 "(교수 집단사직 등으로) 대한민국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외국으로) 실어 날라서 치료하겠다"고 발언한 대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2차관은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을 두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정부의 정책을 무릎 꿇리겠다는 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중증, 응급, 암환자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가슴 한 쪽에 사직서를 품고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부디 지금이라도 일방적 (증원) 추진을 멈추고 진정한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성균관대를 제외한 빅5 병원 연계 의대 교수들은 이미 집단 사직을 결의한 상태다.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오는 25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대 의대도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다른 19개 의대와 함께 25일 이후 대학별 일정에 맞춰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또한 지난 14일 총회에서 정부가 계속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의대 정원 배정은 대화의 장부터 마련한 후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현재 전공의가 93% 사직하고 전 학년 의대생이 휴학해
10년간 대한민국이 배출할 전문의·군의관·공보의가 없다"며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필수·지역의료를 위해 2천 명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대로 가면 필수·지역의료는 붕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들이 환자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대통령이 물꼬를 터 달라"며 "하루를 버티기 힘든 응급·중증환자를 헤아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