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연합뉴스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에 막판 변수가 생겼다. 몬테네그로 현지 검찰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제동을 걸면서다. 이르면 주말 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권씨의 송환 일정은 잠정 보류됐고 권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될 불씨도 남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씨의 한국 송환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 결정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지만 한국 송환을 언제까지 연기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전날 "(권 대표 한국 송환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법원 결정을 변경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며 대법원에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정규 절차가 아닌 약식으로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했다"며 "법무부 장관 고유 권한인 범죄인 인도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항소법원이 대검찰청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도 절차상 문제라고 짚었다.
문제는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붙잡혀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의 형기가 하루 뒤 끝난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 출소 후 출국하지 못하도록 권씨의 여권을 압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씨의 도주 우려를 전면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한국 법무부는 형기 종료 직후 국내 송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구체적 송환 일정 등에 대한 협의를 몬테네그로 측과 진행할 예정이었다.
권씨가 한국에 올 경우 검찰은 비행기 안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하동우 부장검사)로 압송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변수로 권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의 수가 열린 것이다.
권씨 측은 체포 이후 줄곧 미국이 아닌 한국행을 희망했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30~40년 정도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개별 범죄 형을 매겨 합산해 최악의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까지도 받을 수 있어서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 장관은 지난해 11월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 파트너"라고 말하는 등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권씨의 신병 확보를 포기하지 않은 미국 법무부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씨는 가상화폐인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약 50조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