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임현택 후보(왼쪽)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의사협회(의협) 제42대 회장으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임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를 유발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파시스트'에 빗댄 인물이다.
특히
의과대학 정원 관련 '2천 증원'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대표적 강경파로, 오히려 '감원'을 주장해온 만큼 의(醫)-정(政) 대치가 더 격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5월 1일부터 3년간이다.
26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임 당선인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차기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에서 유효투표수 3만 3084표 중 2만 1646표(65.43%)를 얻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번 투표에는 선거인수 총 5만 681명 중 약 66.5%가 참여해 직선제 도입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선 후보에 나란히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만 1438표(34.57%)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앞서 임 당선인은 지난 20~22일 제1차 투표에서도 3만 3684표 중 35.72%(1만 2031표)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차 결선을 치른 끝에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임 당선인은 지난 2021년 제41대 회장 선거에서도 결선에 올랐지만, 이필수 전 회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임 당선인은 이날 개표 결과 발표 직후 "당선의 기쁨은 전혀 없다. 회원들의 기대와 저의 책임이 어깨를 짓누른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저를 믿어주셨으니 반드시 감당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전적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믿어주고 그들에게 선배로서 기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그리고 '적절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가 원점에서 (의대 증원 등 관련) 재논의를 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의 의지가 생길 때 그때 (의·정 간)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협 회장이란 직책은 의료계를 지휘하는 '보스' 역할이 아니라 의사들의 의견을 대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원들께서 주신 무거운 믿음 아래 앞으로 3년간 제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후속 절차를 5월 내 마무리하겠다며 쐐기를 박은 '2천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는 이상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달여간 '강대강' 대치 끝에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하며 원칙적 강경대응에서 '대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협의체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임 당선인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 노선은 더 강경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저출생에 따라, 의대정원 증원은커녕 500명에서 1천 명 가량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일 정부가 의대증원 배정안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협상보다는 공권력으로 협박하고 처벌하여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이런 정부는 없었다"며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업만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중론을 알기라도 하듯 오히려 총선 전에 파업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계획한 게 아니냐는 억측이 생길 정도"라고 비난했다.
지난 19일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례 브리핑 도중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한 박 2차관의 말실수를 의도적 비하 표현으로 부각하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임현택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의 선거 홍보물. 의협 제공이번 선거에서 임 당선인은 △모든 회원들의 권익 절대적 보호 △의학정보원 설립 △병·의원 경영환경 개선 △정치적 영향력 제고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1970년 출생한 임 당선인은 2000년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5년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에는 충남 아산 림스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을 지냈고, 2015년 '미래를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모임' 대표로도 활동했다.
2016년 이후로는 소청과의사회 회장을 5차례 연임했고, 현 의협 비대위의 위원직도 함께 수행해 왔다.
의정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복지부는 임 당선인을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