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더불어민주당 박재호(왼쪽), 국민의힘 박수영(오른쪽) 후보. 각 후보 캠프 제공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가 합쳐지며 더불어민주당 박재호·국민의힘 박수영 두 현역 의원 간 '벼랑 끝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부산 남구 여론조사 결과,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제17대~21대 총선에서는 남구갑과 남구을로 분구돼 선거를 치렀다. 이 기간에 남구갑은 현재 현역인 박수영 의원까지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이 계속 승리한 '보수 텃밭'이다. 반면 남구을은 이 지역에서 한 우물만 판 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제20대 때 탈환, 재선까지 성공했다.
두 선거구는 인구수 미달로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하나의 선거구가 됐다. 일찌감치 합구를 예상한 두 현역 의원은 총선 1~2년 전부터 상대방 지역구를 돌며 표밭을 일궈왔다. 선거구가 합쳐지자 양당은 두 의원을 그대로 공천, 한 사람은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하는 '단두대 매치'가 성사됐다.
박재호 단 1.1%p 차 우위…승부 여전히 안갯속
CBS노컷뉴스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기간 이전인 지난 2~3일 부산 남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 47.6%,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 46.5%로 박재호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답변은 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5%였다.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선 민주당 박재호 48.8%, 국민의힘 박수영 45.5%로 격차가 소폭 더 벌어졌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6%였다.
비례정당 투표 의향은 국민의미래가 38.7%로 선두였다. 조국혁신당 25.7%, 더불어민주연합이 16.1%로 뒤를 추격했다. 자유통일당 3.7%, 개혁신당 2.5%, 새로운미래와 녹색정의당이 각각 2.2%였다.
박종민 기자이번 총선의 성격을 두고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7%로 가장 높았다. '정부 여당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40%로 뒤를 이었고, '양당 견제를 위해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10.9%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1%였다.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도는 부정평가 52.3%, 긍정평가 44.8%로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정평가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가 38.5%, '잘못하는 편이다'가 13.8%였다. 긍정평가는 '매우 잘하고 있다' 24%, '잘하는 편이다'가 20.8%였다.
"의료계 통일안을 정부에 제시해 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는 57.7%가 동의했고, 36.1%가 동의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53.1%가 '투표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 40.7%는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7.6%가 이번 총선에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2.2%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통신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자동응답 100%로 진행됐다.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4%p다. 응답률은 7.7%며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현역 맞대결에 유권자도 '팽팽'…"차라리 당 보고 뽑겠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남구는 지역 최대 접전지답게 주민 의견도 어느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다.
대연동 한 부동산에서 만난 김모(50대·남)씨는 "민주당 박재호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선거 시즌 1년 전부터 동네 여기저기를 방문했고 평화공원에서도 자주 봤다"며 "불편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주고 간 적도 있다. 답답한 사람이 있으면 해결되든 안 되든 면대면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직접 하소연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평가했다.
반면 남구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편의점 사장 김모(70대·남)씨는 "초선임에도 일을 잘한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를 찍겠다. 주민들과 간담회도 하고, 대연역 앞에 엘리베이터도 설치해 줬다"며 "무엇보다 대연초를 졸업한 이 동네 사람이지 않나. 사실 '남구갑' 지역 주민이다 보니, '남구을' 의원인 박재호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사거리에 4·10 총선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혜민 기자두 현역 간 대결이 벌어진 탓에 인물로는 선택이 힘들기 때문인지, 정당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못골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모(80대·남)씨는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박수영 후보는 시장을 위해 딱히 해준 건 없는 듯하다. 사람만 보고 뽑으면 두 후보가 비슷비슷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당을 보고 찍겠다"고 언급했다.
떡집 사장 김모(60대·여)씨는 "두 후보 모두 시장에 들러 한 번씩 인사하고 갔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두 후보가 막상막하지만, 당만 보면 국민의힘이 조금 더 우세할 것"이라며 "당을 보고 국민의힘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50대·여)씨도 "뭘 하겠다는 건 두 후보가 거의 비슷해서 정당을 보고 후보를 고를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경제 정책 등 마음에 들게 하는 게 없고 국민의힘 당 자체에도 반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트램·산은 이전 '신경전'…상대 지역 득표율이 관건
지역 밀착성을 강조하는 두 후보는 핵심 난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용호동 지역 숙원 사업인 '오륙도 트램'을 완성할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이 사업은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이기대입구 사이 1.9km 구간에 무가선 저상트램을 놓는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수영 후보는 "박재호 후보가 오륙도선 트램으로 8년간 주민을 희망 고문하고 있다"며 트램 노선 변경이나 무빙워크 설치 등 '맞춤형 트램'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박재호 후보는 "오랜 기간 주민들과 여러 대안을 검토한 결과 최적의 방법으로 도출해 추진하고 있는 국가사업인 만큼 반드시 개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건물에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혜민 기자부산지역 최대 화두인 KDB산업은행 이전을 놓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남구 문현동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들어서 있어 만약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남구로 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만큼 두 후보 모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우선순위 1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재호 후보는 "산은 이전이 윤석열 정부 1호 공약이고 부산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5명이나 있었는데도 야당 대표를 만나 설명하는 등 타협이나 협상은 전혀 없이 일방적인 기자회견만 했다"며 3선 의원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수영 후보는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 관련 절차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민주당이 국회에서 노골적으로 반대해 법을 개정하지 못했다"며 맹공을 펼치면서,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정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산은 이전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건물에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혜민 기자두 선거구가 하나로 합쳐진 만큼, 두 현역 의원이 옛 상대 지역구에서 얼마나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남구갑은 대연4~6동, 용당동, 감만1·2동, 우암동, 문현1~4동 지역이다. 직전 총선에서 당선된 박수영 후보는 4만 3805표(53.57%)를 득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석 후보는 3만 4778표(42.53%)를 얻어 1·2위간 격차는 9027표였다.
기존 남구을은 대연1·3동, 용호1~4동 지역이다. 직전 총선에서 당선된 박재호 후보는 4만 1005표(50.5%)를 얻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언주 후보는 3만 9575표(48.74%)를 얻어 1·2위 간 격차는 1430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