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왼쪽),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연합뉴스·황진환 기자한국과 싱가포르가 범죄인 인도 조약 및 형사사법 공조 조약을 맺고 사법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해외로 도주하면서 첫 도피처로 삼아 출국한 곳이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은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 현지에서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을 위한 세부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에 참여한 양국 법무부 및 외교부 실무자들은 관련 국내법과 표준조약 등을 토대로 범죄인 인도 조약문을 작성했고, 대부분 내용에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형사사법 공조 협상은 지난해 상반기 이미 마무리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범죄인 인도는 외국으로 도주한 범죄인을 현지 정부 도움을 받아 인도받는 절차를 말한다. 형사사법 공조는 수사 및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제공하는 협조 절차다. 한국은 지난 1990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 평의회 회원국 등 80여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다.
그간 싱가포르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았던 탓에 부패·경제 사범들의 해외 도피처로 활용돼 왔다.
권씨는 2022년 4월 말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테라폼랩스 한국법인을 해산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싱가포르가 권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두바이,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향했다.
김 전 회장 역시 같은해 5월 말 검찰 수사를 피해 측근들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김 전 회장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를 돌며 호화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8개월 만에 붙잡혔다.
이번에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될 경우 권씨나 김 전 회장처럼 도피한 범죄자를 더 빠르고 원활하게 검거해 국내로 송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법무부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는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오는 5월 30일 이전에 조약문을 확정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조약문은 수개월 동안 법제처 심사 이후 차관회의, 국무회의, 국회 비준 등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