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김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전직 언론사 간부들 사이 청탁이 오간 구체적 정황을 잡고 18일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들의 금품수수 경위와 청탁 요구 등 대가 관계, 구체적인 자금 출처 등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조 출입 기자 출신인 김씨가 대장동 사업 이익 일부를 언론인들과의 돈 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제수사 대상인 언론인 3명 모두 김씨와 비슷한 연배이거나 법조기자로 함께 활동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전 간부 A씨는 2019~2020년 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9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차용증은 작성하지 않고 수표 등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전 간부 B씨는 2020년 5월 김씨에게 1억원을 빌렸고, 중앙일보 전 간부 C씨도 같은해 6월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와 전직 언론인들의 돈 거래가 시작된 시기에 주목한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2019년 4월부터다. 당시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를 상대로 여러 수사가 진행됐다"며 "그 과정에서 김씨가 대장동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여러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가깝거나 지인인 기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개발 이익을 처음 배당받은 것도 2019년 3~4월로 겹친다. 김씨가 토목공사업자 나모씨로부터 대장동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취지로 압박을 받고 사업권을 주지 못한 대가로 100억원을 건넨 것도 바로 그 시기다.
검찰이 언론인들에게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한 만큼 향후 수사는 구체적인 청탁과 대가성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돈을 건넨 김씨의 배임증재 혐의 정황을 "민간업자 진술로 확인했다"고 했다.
민간업자 중 한명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2020년 3월 24일자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며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