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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 앞둔 노(老)정객의 마지막 당부[워싱턴 현장]



미국/중남미

    정계은퇴 앞둔 노(老)정객의 마지막 당부[워싱턴 현장]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미의회교류센터' 현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미의회교류센터' 현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를 찾았다.
     
    한국과 미국 의회 간 교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공간인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가 지난 16일 미 워싱턴DC에서 문을 연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한미관계 강화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양국 의회 간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의회교류센터 개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여야 의원단을 대동하고 미국을 방문한 김진표 의장은 KIPEC 현판식에서 "한미 양국이 전례 없는 강력한 협력을 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미국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각계각층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IPEC 개소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고 세계적인 도전 과제들에 대해 양국의 의회들이 함께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은 김진표 의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사실상 그의 마지막 해외출장을 한미 교류와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는 메시지에 할애한 것이다. 
     
    그가 한달 남짓 남은 임기 마지막까지 해외출장길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은퇴 후에도 그 어떤 욕심도, 고려도 없이 오직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하겠다"던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김진표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뒷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갑석·한정애 의원. 연합뉴스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김진표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뒷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갑석·한정애 의원. 연합뉴스
    한·미 의회 간 교류협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자의 귓가에는 정계은퇴를 앞둔 노정객이 이번 출장길에서 곧 출범할 22대 국회에 당부한 말 한마디가 자꾸만 더 맴돌았다.
     
    김진표 의장은 지난 16일 조찬을 겸한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의장 임기동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자신을 "21대 국회의 최고령자"라고 소개했다.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찰나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저출생'인데, 입법기관의 수장으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 자꾸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저출생 얘기를 꺼내려고 자신의 고령을 언급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이제 곧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제일 먼저 여야가 힘을 합쳐 저출생 대책의 큰 방향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진표 의장은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저출산과 관련한 대책은 한 20~30년 일관되게 추진해야 성과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5년 단임 대통령제로 하다 보니 정책이 자꾸 끊기고 바뀌면서 중구난방식으로 돼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긴 안목을 가지고 일관된 정책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낳기만 하면 보육·교육·주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고, 국민들이 이를 믿을 수 있게끔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실제 대한민국은 지난 2006년 이후 17년 간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감소했다. 전 세계 꼴찌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그러면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공감을 갖춘 정책을 규범화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을 고쳐서라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을 명기해야한다"며 언론들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공감대 형성에 적극 나서달라고도 부탁했다. 
     
    그런데 '저출생 극복'을 향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절절한 심정은 비단 22대 국회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21대 국회가 곧 끝나지만 21대 국회의 전성기는 총선이 끝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거에서 진 정당은 물론이고, 이긴 정당까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의 심판이 무섭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겸손해지니까 어쩌면 지금이 입법의 최적기다"라고 말했다.
     
    손놓고 22대 국회를 기다릴 필요없이 지금이라도 '저출생 극복'을 위해 21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은 임기 동안에 뭐든지 추진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오는 2050년에는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나 인구증가율이 높은 신흥국인 인도네시아, 이집트, 나이지리아에도 뒤쳐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2위권이다.
     
    205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30년 후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언을 받아들여 대한민국이 획기적인 저출생 대책을 20~30년간 지속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2050년 세계 전망'은 어긋날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휴지조각이 됐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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