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설치된 텔레비전에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증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와 지역 필수 의료를 강화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논의도 없이 2천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의료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료계와 1년이 넘도록 의료개혁 문제를 다뤄왔다"며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천명 (증원) 이렇게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의료계가 통일된 요구안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권익을 대표하는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병원협회, 대학협의회 등 다양한 의료계 단체들이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것이 대화의 걸림돌"이라며 "1년 넘도록 한 번도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행히 야당에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대해서 많은 공감과 지지 의사를 표시해 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추진 의지에 발맞춰 정부도 의료계 압박 카드를 내놓고 있다.
토요일 휴진 안내문 붙은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연합뉴스보건복지부는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전날부터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보건의료 재난 경보 '심각'시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국내에서 진료·수술 등 의료 행위를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단 별도 의료기관 개설이나 독자적 진료는 할 수 없다.
또 의료인만 할 수 있는 문신 시술 자격도 비의료인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한국능률협회에 '문신사 자격시험에 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현행법상 의료인만 할 수 있는 문신 시술을 비의료인도 자격증을 따면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 용역이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의료계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단일안이라며 반박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의료계의 통일안은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나열한 단체들이 계속 '올해는 증원을 멈추고 다시 협의하고 논의하자'고 해왔다"고 멀했다.
윤 대통령이 의료 단체가 다양해 논의하기 어렵다고 한 발언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협은 대한민국 의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라며 "개원의만이 아니라 14만 의사회원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문을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외국 의료인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병원에 연수를 오는 의사들이 아주 소수가 있긴 하지만 그들로 전공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료행위는 쉽사리 외국 의사 면허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라며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의사가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수준에 익숙해있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안겨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SNS에 소말리아 의대 졸업식을 다룬 기사를 첨부하며 "커밍순(coming soon)"이라고 적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받지 못해 실력이 보장되지 않는 소말리아 의사들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정부 대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