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의 항고심 판단이 이르면 16일 나올 전망이다. 이번 판단으로 내년도 의대 증원 확정 여부가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보여 석 달 동안 치열하게 대립했던 의정(醫政) 갈등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을 이르면 이날, 늦어도 17일에는 결정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안을 발표하고, 이어 3월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대학별 증원 배정까지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집행정지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의대 증원 승인을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후 관련 내용을 심리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증원 규모다. 2천명이란 숫자가 어떤 근거로, 어떻게 도출됐느냐가 관건이다. 법원은 지난 10일 정부로부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절차와 논의 내용 등에 관한 자료를 정부로부터 제출받았다.
제출받은 자료 중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화두로 떠올랐다. 증원 2천명에 대한 보정심 위원들 간 의견이 충돌하는 대목이 나와서다.
보정심 회의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총 25명의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는데, 일부 위원들은 "굉장히 충격적", "현실적으로 그게 (준비가) 가능하지 않다" 등의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다른 일부 위원들은 "최소 3천명은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결국 의대 정원 확대안은 23명 중 19명이 찬성해 의결됐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한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지, 증원 자체엔 찬성이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4대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법원 판단 촉각…'인용' 시 내년도 의대 증원 무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전형도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항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도 대입 전형 확정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변수다. 각 대학은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재항고하더라도 대법원이 사건을 접수해 재판부를 배당한 뒤 사건을 심리하기까지 통상 2~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단이 그 이전에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사실상 이번 항고심 판단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의 향방을 결정짓는 셈이다.
만약 법원이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 대학들은 증원 전 의대 정원인 3058명으로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집행정지가 기각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증원이 반영된 의대 정원으로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최종 승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