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주재한 제46차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보건복지부 제공현장이탈 석 달을 맞아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복귀 마지노선'인 20일이 지났지만 주말 사이 돌아온 사직 전공의는 30여 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현재 의료공백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전공의들에게 있다며, 이 국면을 벗어날 의지가 있는지 반문했다. 또 전공의에 대한 상급종합병원의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거듭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박민수 2차관의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제46차 회의에서 비상진료체계 운영 상황과 의료계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20일 기준으로 실제 현장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659명으로 집계됐다. 사흘 전인 지난 17일(628명)과 비교해 31명이 늘었고, 10일(597명)보다는 62명이 많은 수치다.
'수련공백 3개월'을 앞두고 일부 전공의가 돌아오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현원 기준 1만 3천여 명에 이르는 전공의의 5% 남짓한 비율이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복지부가 지정한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19~20일 대규모로 현장을 이탈했다.
고연차 레지던트들은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나기 전 돌아와야 내년도 전문의 자격 시험에 응시 가능한 만큼 전날이 사실상 '복귀 데드라인'이 끝나는 디데이(D-day)였다.
정부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이 전공의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3개월이 넘도록 병원을 이탈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민 의료이용의 불편과 현장 의료진들의 과로,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문제의 본질은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그 상황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의견을 들어보면, 돌아오고자 하는 전공의들도 있고, 정부와의 대화를 희망하는 전공의도 있는데 이러한 의견을 표출하는 즉시, (의사 사회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공의마다 개인의 생각이 다를 텐데,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주기 바라며 정부도 개별 전공의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박민수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복지부 제공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평균 입원환자는 상급종합병원 2만 2215명으로 전주 평균 대비 2.7% 감소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 첫 주의 67%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 기준으로는 지난 주보다 1.1% 줄어든 8만 7061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평시 대비 90.7% 수준이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상급종합병원 2848명(평시 86% 수준), 전체 종합병원은 7140명(평시의 97%)으로 각각 집계됐다.
응급실은 전체 408개소 중 96%에 해당하는 392곳이 병상 축소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27개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질환은 '진료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표출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곳으로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응급의료기관 내원환자 중 중증·응급 환자는 1주 새 5.9% 늘었고, 중등증 환자와 경증환자도 각각 5.0%, 6.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월 첫 주와 비교하면, 중증·응급환자는 4.4% 줄었고 중등증 환자는 3.8%가 증가했다. 경증환자는 1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더 변화의 폭이 컸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2월 19일부터 운영 중인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이달 14일 기준 총 2891건이다. 단순 질의를 제외한 피해사례는 720건이다.
구체적 유형을 살펴보면 '수술지연'이 4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차질 140건 △진료거절 94건 △입원지연 3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사례들을 검토한 정부는 72건에 대해 타 의료기관으로 수술을 연계하거나 진료예약 조치를 했고, 또 다른 582건과 관련해선 해당 병원에 진료가 장기간 지연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환자단체 등과 더욱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적시치료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박 차관은 "3개월간의 비상진료체계를 경험하면서, 정부·국민·의료현장 모두 예전의 왜곡된 의료이용과 공급체계로 회귀해서는 안 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면서 전공의에 대한 근로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중소 종합병원을 육성해 환자 중심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교훈을 토대로 의료체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의대증원이 사실상 일단락된 만큼 의료계에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