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26일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철회를 다시 한번 요구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원론적 답변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HK방송에 따르면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양자 회담을 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실시하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정지 조치를 즉시 철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8월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자 이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이같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해당 조치 이전까지 일본산 수산물 최대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리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요구에 "양국 사이의 이견을 잘 통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국은 이 문제를 놓고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월과 3월 두차례 열린 중일 실무 협상에서 중국 측이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토양과 함께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하기 전 오염수 수질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IAEA 기준에 따라 바닷물과 어류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전문가를 포함한 IAEA 조사단이 정기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중국 측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중국은 또 지난해 여러차례 외교 경로를 통해 핵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경제적 피해 발생시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를 만들 것을 일본에 요구했지만, 일본은 해양 방류로 인한 안전성 문제는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지난 3월 나온 바 있다.
양국 실무협상 상황을 종합해 보면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철회의 전제 조건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리 총리의 '이견 통제' 발언은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한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의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핵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며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인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양 정상은 핵오염수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로 합의해 실무협상이 진행중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동시에 중국에 구속돼 있는 일본인의 조기 석방도 촉구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와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대국적인 방향성을 확인한 뒤 여러 현안을 논의할 수 있어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