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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찾아온 한중관계 개선 기회[베이징노트]

아시아/호주

    2년만에 찾아온 한중관계 개선 기회[베이징노트]

    핵심요약

    대중국 견제 주도 미국도 고위급 중국 보내 끊임없이 소통
    한국은 지난 2년간 미국에 올인…중국과는 관계 악화일로
    조태열 외교장관 방중 시작으로 끊겼던 고위급 소통 물꼬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대만 문제 등 이견 잡음없이 봉합
    어렵게 만든 관계개선 기회…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베이징에서 만난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베이징에서 만난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서로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앞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서 협력하기로 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 사항이자 가장 중요한 성과입니다"

    지난 14일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여 만에 베이징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장관은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과의 회담 성과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이 중국 외교사령탑을 만나 눈에 띄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의 방중이 그동안 꽉막혔던 한중관계 개선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동맹이 그 어느때 보다 강화됐다는 점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지만, 그 반대 급부로 미국과 척을 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조 장관 조차 한중간 가장 큰 이견에 대해 "큰틀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그것을 보는 시각"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한미와 한중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윤석열 정부가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벌려놓았다는 점이다. 미국에 다가가기 위해 중국과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는 비판이 지난 2년간 이어져왔다.

    대중국 견제에 민주주의 진영이라 불리는 서방국가들 상당수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선택 역시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중국 견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조차 중국과의 관계단절 보다는 관계관리에 중점을 두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한국의 행보와 큰 차이점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이 중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1년간 수시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과 소통했다.

    뿐만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미국의 최우방국 정상들도 지난 1년 사이 중국을 찾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1년 사이 중국을 다녀가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일대일로 10주년 포럼 등 행사 참석을 위해 잠시 중국을 다녀갔을 뿐이다.

    이렇게 한중 정부 사이 소통과 교류가 멈춰선 가운데 중국이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설정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보조를 맞추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된다.

    기념촬영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리창 총리. 대통령실 제공기념촬영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리창 총리. 대통령실 제공
    이런 상황에서 조태열 장관의 방중을 시작으로 4년 반만에 재개된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국무원 총리가 회동하는 등 양국간 소통 채널이 다시 열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회동에서 양국 관계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대만 문제에 대해 큰 이견 없었던 점은 한국 정부의 대중국 관계 설정에 미묘한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라는 중국식 표현으로 소개하고, 한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이라고 설명해 용어 사용에 있어 중국의 외교결례 지적도 나오지만 큰 틀에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중국을 겨냥하자 중국이 반발하며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제 2년여 만에 어렵게 만들어진 한중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어떻게 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국 고위급 소통의 물꼬를 튼 만큼 다음에는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라며 윤 대통령의 방중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상간 방문 순서에 집착하며 자존심을 세울 만큼 양국 관계가 녹록치는 않다.

    숄츠 독일 총리가 시 주석이 독일을 방문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두차례나 중국을 먼저 찾은 것은 자존심을 세울줄 몰라서가 아니다. 비록 자존심이 상할지라도 자신의 중국 방문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역시 국익을 우선에 두고 정상간 방문 순서 보다는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정상회담을 추진해 보면 어떻까. 오히려 시 주석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제안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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