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고 있는 24일 대구 한 대학병원 외래 진료 대기실 TV에 전공의 공석으로 진료가 지연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29일로 '100일'을 맞았다. 지난 2월 20일을 사직 디데이(D-day) 삼아 현장을 떠난 젊은 의사들의 빈자리가 계속되며 진료 차질 등이 일상화된 환자들은 의(醫)·정(政) 갈등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암시민연대·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와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놓고 벌여온 소모적 강대강 대치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양측이 '환자의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할 생각은 크게 없어 보인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연합회는 의·정이 각각 '증원 강행', '원점 재검토'만을 내세우며 의료공백을 지금껏 끌고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대 증원 자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응급·중증외상·중증소아·분만·흉부외과 등과 같이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며, 개원의에 비해 수익이 적은 필수의료를 살릴 방법을 찾아 증원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서울 '빅5' 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그동안 누구보다도 자주 의사들과 접촉하며 이들의 강도 높은 근무 환경과 헌신을 가까이에서 봐왔다"며 '환자에게 좋은 의료환경'이 의사가 근무하기에도 바람직한 환경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료환경을 만드는 일은 의대정원 증원만으로는 할 수 없는데,
정부와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 속에서 그 외의 논의가 모두 묻혀버리고 환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고 갑갑한 심정을 토로했다.
의대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승인된 이후에도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서는 "'원점 재검토'나 계속적인 집단행동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어려움에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무엇보다 더 이상의 환자 피해가 없도록 현 사태가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환자들은 현재의 의료인력은 물론 앞으로 배출될 의료인력이 필수의료, 중증 및 응급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에 적절히 투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러나 그 모든 일보다 앞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환자들이 피해나 불편 없이 안정적으로 치료받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유례없는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서 환자들이 직접 거리에 나서야 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진정한 의료개혁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