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지난해에 약 47조원을 썼지만, 이 중 절반은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제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예산을 다시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저출생 예산 재구조화 필요성 및 개선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KDI 자체 분석 결과, 지난해 저출생 대응에 투입된 예산 47조원(과제 142개) 중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은 절반인 23조5천억원(과제 84개)에 그쳤고, 나머지 예산(23조5천억원)의 대부분은 주거지원 예산(21조4천억원)이 차지했다.
주거지원 예산은 저출생 대응에 관한 국제비교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지출은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 여성, 가족에게 정부가 배타적으로 지원하는 현금이나 서비스 급여 등을 말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사업'처럼 대상과 목적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사업도 저출생 대응 과제에 다수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예산이 특정 분야에 편중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 중에서도 '양육 분야'에 87.2%(20조5천억원)가 집중된 반면, 저출생 대응에 효과가 크고 정책 수요자의 요구가 많은 '일·가정 양립'에는 8.5%(2조원)만 지원됐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경제규모와 예산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저출생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식되는 일·가정 양립 지원에 보다 집중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희 서울대 인구클러스터장은 "예산 재구조화를 하더라도 미혼자나 자영업자 등 정책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저출생 대응과 직결되는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심층적인 사업 평가를 통해 정책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주력하되, 사업설계는 적절한지, 전달체계는 합리적인지, 유사·중복사업은 없는지, 정책수요자의 만족도는 어떠한지 등을 심층 평가해 지속적으로 구조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