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갑에 정체모를 단위의 외국 지폐와 동전을 잔뜩 넣어 다니던 시대는 저물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여행 특화 카드를 내놓고 고객 유치 전쟁에 나서면서, 사용 편의성과 혜택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꼭 맞는 여행 동반자로 어떤 카드가 좋을까? 주요 트래블 체크카드 8종의 장단점, 주의사항을 꼼꼼히 비교해봤다.
환전수수료 '다 무료'…재환전 조건은 잘 따져보세요!
2022년 트래블월렛과 하나은행이 환전·결제 등 수수료 무료로 해외여행 카드 시장의 포문을 열었고 올초 토스뱅크는 재환전 수수료 무료까지 선언했다. 후발주자로 나선 여행카드들도 앞다퉈 혜택을 강화하면서 해외여행 환전 시 꼭 필요한 수수료 조건 등은 8종의 카드 모두에서 비슷하게 맞춰진 상황이다.
외화를 사고팔 때 은행은 스프레드를 붙이는 데 송금하거나 받을 때(전신환 매도·매입) 매매기준율의 1%씩 부과한다. 예를 들어 엔화의 매매기준율이 800원이라면 고객이 해외로 송금할 때는 8원을 더한 808원에 살 수 있고, 해외에서 송금 받아 원화로 바꿀 때는 8원을 뺀 792원만 받게 된다.
살펴본 모든 여행카드가 원화에서 외화로 환전할 때는 수수료 없이 매매기준율로 환전해주고 있다. 다만 여행에서 남은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는 수수료가 조금씩 달라 외화 소비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체크가 필요하다.
우선 토스 외화통장은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도 수수료가 없다. KB국민 트래블러스는 재환전 스프레드를 올해 말까지 면제했지만 이와 별개로 환급 수수료는 1% 부과한다. 하나 트래블로그의 경우 재환전 시 송금 받을 때 환율(전신환매입률)을 적용하고 거기에 1%의 환급 수수료를 더 부과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트래블로그 고객 간 외화 송금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코나 트래블제로와 한패스 트리플 카드는 외화를 미리 사둔 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화만 충전해두면 결제 시 달러 기준으로 실시간 환전되는 구조다. 환전액수를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재환전 비용이 들지 않아 편리하지만 환율이 쌀 때 미리 환전해둘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아직은 트래블카드만 믿으면 낭패…출국 전 체크 필수!
여행카드만 믿고 현금을 전혀 준비해가지 않는 것은 아직 위험부담이 크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곤란을 겪는 경우는 ATM 현금 인출이다. 해외 출금 조건도 갖췄고 일반 가맹점에선 결제가 잘 되는 등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ATM 기기 인출은 실패했다는 후기가 여전히 심심찮게 등장한다. 발급받은 카드의 글로벌 브랜드(MASTER, VISA 등) 마크가 붙어 있는 ATM 기기 여러 곳을 돌아도 사정이 마찬가지인 경우, 해외에서 '카드뽑기에 실패했다'며 발을 동동 굴러도 별다른 수가 없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작동이 잘 되는 경우에도 ATM 기기 출금 한도나 횟수제한 때문에 원하는 만큼 인출이 어려울 수 있다. 일부 저개발 국가나 소도시의 경우 ATM 기기 자체에서 최대 출금 가능한 액수가 원화나 달러 기준으로는 매우 소액이어서 수십만원 상당 금액을 인출하려면 4~5회에 걸쳐야 하는 경우가 있다.
KB 트래블러스는 금액 기준 1회 100만원, 1일 600만원까지 ATM 인출이 가능하지만 횟수가 1일 2회, 1개월 10회로 제한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 원하는 만큼 출금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코나 트래블제로는 횟수 제한은 없지만 KB와 마찬가지로 출금한도가 다른 카드에 비해 적다. 트래블월렛 트래블페이는 월에 500달러를 초과하는 ATM 인출에 대해 2%의 수수료를 부과하므로 장기 체류하며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체크해야 한다.
한편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다국가 여행자의 경우 외화 간 환전이 가능하면 더욱 편리할 수 있다. 현재 외화간 환전은 트래블월렛 트레블페이가 제공하고 있다.
여행 전후로도 쏠쏠한 혜택…취향 따라 고르자
환전 수수료 혜택 외에도 각 카드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무기를 앞세우고 있다. 신한SOL 트래블과 우리 위비 트래블은 연회비 없는 카드지만 전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단, 두 카드 모드 전월 국내 이용금액 30만원 이상 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 두 카드는 외화를 재환전하지 않고 보유할 때 달러에는 2%, 유로화에는 1.5%의 예금이자를 준다. 지속적으로 여행이나 출장 계획이 있는 경우 재환전하는 번거로움 없이 이자까지 얻을 수 있어 참고할 만하다.
아예 환투자 목적까지 고려하는 경우라면 수수료 부담이 없고 보유 한도가 가장 큰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딱이다. 다른 카드들의 충전한도가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5만 달러 수준인 것에 비해 토스뱅크는 1억원까지 가능하다.
이외에도 KB 트래블러스는 국내에서의 이용까지 고려해 국내 철도를 2만원 이상 이용하는 경우 5천원을 환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계획 급여행, 카드 만들기엔 늦었다?
인천공항. 황진환 기자 바쁘게 일하다 여행준비를 하지 못했거나 이른바 'P'(MBTI 분류상) 성향의 즉흥적 여행자라면 출국을 코앞에 두고서야 여행카드 신청을 알아볼 것이다. 이때도 좌절하지 말자. 토스뱅크 계좌와 체크카드가 있는 고객이라면 모비일에서 외화예금 개설만으로 이미 가지고 있던 카드를 환전에 이용할 수 있다.
하나·KB국민·신한·우리 4대 시중은행이 트래블카드 시장에 모두 뛰어들었다는 점도 과거보다 이용이 편해진 부분이다. 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은행 방문 당일에 트래블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한패스 트리플의 경우 출국 전날 오후 4시까지만 신청하면 다음 날 공항에서 수령할 수 있다. 또 중화권 여행자라면 실물카드를 발급받지 못해도 유니온페이QR로 현지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단, 한패스 트리플은 다른 체크카드들과 달리 연회비 1만원이 있다.
출국 며칠 전 카드는 신청해뒀지만 제때 배송될지 불안하다면 긴급배송을 요청할 수도 있다. 통상 카드사에서 배송업체에 인계된 후 신청 가능하며 수도권이나 광역시가 아닌 경우엔 긴급배송 가능 지역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