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에도 1년 반 넘게 소방의 화재 안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 공장에는 제3류 위험물로 분류되는 알칼리금속 등도 다량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소방에서 점검하는 화재 안전 조사는 지난 2022년 10월 17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문제가 없어 양호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아리셀 공장은 규정상 화재 안전조사를 의무적으로 받는 특급 대상이 아니다.
아리셀 공장은 2급 소방 안전관리 대상물로 '자체 점검' 대상이다. 이에 따라 아리셀 공장은 2017년 준공 이후 매년 외부 소방 점검 업체를 통해 자체 점검을 해 왔다.
지난해와 올해 4월에도 소방시설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소화기와 지동화 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소방 당국에 모두 양호하다고 보고했다.
박순곤 아리셀 대표는 25일 오후 공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외부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 설비는 경보장치와 진압 장치로 나뉘어 있고, 탈출로도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 진화용 분말 형태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다"며 "안전교육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4일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상구 가리키는 레이저 장치. 한국열린사이버대 김전수 소방방재안전학과 특임교수 제공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 안전 점검과 시설 강화해야"
아리셀처럼 대형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공장의 경우 소방 안전 점검과 시설을 별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열린사이버대 김전수 소방방재안전학과 특임교수는 "똑같은 외부 소방 점검 업체로부터 3년 이상 받으면 서로 봐주면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소방서에서 무조건 특별 점검을 나가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시설을 적용할 때 면적이라든가 층수에 관해서만 하는데, 제품이 생산되는 최종 결과물의 위험성으로 정해서 소방시설을 별도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특임교수는 "아리셀 공장 같은 경우는 열보다 빨리 작동하는 연기 감지기를 설치해야 화재를 알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며 "불이 났을 때 레이저 광선으로 비상 탈출구를 유도하는 방향지시등도 설치했으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리셀 공장 사망자 23명은 모두 공장 3동 2층에서 발견됐다. 2층에 출입 계단은 2개지만, 사망자들은 미처 계단을 통해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소방 당국이 확보한 화재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배터리 하나에서 시작된 흰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초에 불과했다. 직원들의 분말 소화기 진압 시도에도 불구하고 첫 폭발 42초 만에는 암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