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며 전방에 정차된 차량을 가까스로 피하는 모습. 박인 기자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와 관련해 가해 차량의 가속 시작 지점이 호텔 지하주차장 출구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정용우 교통과장은 3일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2차 브리핑을 열고 "CCTV 영상으로 확인했을 때는 차량이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와서 출입구 쪽 방지턱이 있는 부분부터 가속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차모(68)씨가 운전한 검은색 제네시스 G80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정면에 위치한 소공동 일대 일방통행 구간을 역주행했다.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며 전방에 정차된 차량을 가까스로 피하는 모습. 박인 기자차량은 전방 보행자와 정차 차량을 피하며 주행했지만 결국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덮쳤고, BMW와 소나타 차량을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했고, 7명이 부상을 당해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9명은 모두 30~50대 남성 직장인이었다.
현재 차씨는 차량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 동승한 아내도 전날 진행한 참고인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의 아내는 "브레이크가,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씨의 차량 내부에 있던 블랙박스, 주위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차량의 속도, 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가해 차량과 BMW·소나타 블랙박스, CCTV 영상,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해 놓은 상황이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서 중구 관계자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차량에 장착된 EDR은 사고 또는 충돌이 발생하면 가속페달(액셀)과 감속페달(브레이크) 등의 작동 상황을 저장하는 기록 장치다.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간까지 5초의 기록이 저장된다.
경찰은 "통상 국과수에서 결과를 내놓는데 1~2달 걸리는데, 중대 상황임을 참작해 가능한 한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차씨는 이 사고로 갈비뼈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 피의자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차씨는 서면 진술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정 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지막 사고 지점과 정차 지점에서 스키드마크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스키드마크는 운전자의 제동 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경찰은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유류물 흔적"이라며 기존 설명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