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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분 철회'에도, 전공의들 시큰둥…"돌아갈 사람 없어"

보건/의료

    '행정처분 철회'에도, 전공의들 시큰둥…"돌아갈 사람 없어"

    정부·의료계 "대화 테이블 나오라" 전공의 설득
    사직 전공의 3명 인터뷰, "주변에 돌아갈 사람 없어…처우 달라진 것 없어"
    "정부는 물론 선배 의사에 대한 신뢰도 깨져"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5개월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의 핵심은 전공의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놓으며 이들의 복귀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의료계도 전공의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정책을 발표한 뒤 의정갈등이 발생하면서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을 떠나자 정부는 '기계적 법 집행'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지난 5월 "전공의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눕는 이른바 '탕핑'을 나름의 투쟁 전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경 대응'을 고수하던 정부는 지난 8일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났다. 지난 2월 전공의 대거 사직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의료현장의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의료계도 전공의를 향해 적극 손짓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직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전공의들에게 금전적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빠진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꾸리면서 전공의 대표를 교수, 시도의사회 대표와 동급인 '공동 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같은 정부와 의료계의 손짓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응급의학과에서 수련하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3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사직 전공의 3명 "돌아가겠다는 전공의, 적어도 주변에는 없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8일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전공의들은 "바뀐 것은 없다"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저나 제 주변 전공의 중에는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은 없어요. 그동안 요구했던 처우 개선 등과 관련해서는 달라진 것이 없잖아요."

    응급의학과에서 4년 차 수련 중이던 사직 전공의 A씨는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말로는 이런저런 것들을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해진 것은 없고 '어떻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안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의 행동을 보면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하다가 '하지 않겠다'며 계속 바뀐다"며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또다시 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전공의들은 이런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3년 차 사직 전공의 B씨는 "정부가 상상하는 전공의가 실제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것이 '집단 파업'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겠다고 보는 듯하다"며 "전공의들도 처음에는 그런 의도가 있었을 수 있지만, 현재는 진짜 사직하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감정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에는 전공의 '7대 요구안' 등 여러 가지 요구가 있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가장 먼저라고 보는 전공의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행정처분 철회, '갈라치기' 이상도 이하도 아냐"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전공의들은 정부가 8일 발표한 '유화책'도 "갈라치기"라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B씨는 "정부가 전공의에 손을 내밀었다기보다는 단순한 '갈라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는) 9월 전공의 시험 응시를 열어주면 상대적으로 출신 대학에 아쉬움이 있었거나 또는 원하는 과에 가지 못한 전공의가 빈 자리에 지원하게 될 것이고, '내 자리를 잃게 된다'는 생각에 우후죽순으로 돌아온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대책은 전공의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뒤 얘기해 볼 수 있는 내용이지, 전공의들이 대화에 참여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올 내용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8일 전공의에게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2026학년도 이후 의료인력 추계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2년 차 사직 전공의 C씨는 이에 대해 "2025학년도 정원은 확정됐으니 2026학년도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하자고 한들 믿음이 없기 때문에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선배 의사들에 대해서도 '불신'…"2020년 의정 '밀실 합의'는 PTSD"


    문제는 전공의들이 정부뿐 아니라 의료계와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고 털어놨다. 특히 2020년 '의정 밀실 합의'에 대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표현할 만큼 두려움을 보였다.

    전공의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9·4 의·정 합의'를 의협 측에 불신을 갖게 된 계기로 꼽는다.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금처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파업 전면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합의 없이 정부·여당과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씨는 "전공의들은 2020년 의정 사태 당시 밀실 합의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며 "우리끼리는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전공의들은 누구도 대표성을 띠는 것을 굉장히 경계한다"며 "그나마 현재 대표성을 인정받는 것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용산(대통령실)에도 다녀온 그가 '대화가 안 통한다'고 판단하고 대화에 나서지 않으니 (전공의들은) 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듯이 선배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 깨진 것이 사실"이라며 "의협 자체는 개원의가 주가 되는 상황인데, (개원의들이) 현 의정갈등 상황에 동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공의 처우가 개선이 안 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도, 선배 의사와 교육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 터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공의 대표는 의사 전체가 아니라 전공의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주된 분위기"라며 "그러니 다른 의료 단체와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신뢰관계' 깨져…"사직 처리되면 일반의로 나갈 것"

    서울시내 한 의원을 찾은 환자가 '휴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의원을 찾은 환자가 '휴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번 사태로 우선 환자와 '라포'(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도 많이 깨진 상태고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수련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향후 복귀 계획을 묻자 C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답했다. C씨는 "소아 응급실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각종 민원이 들어오고, 지역 인터넷 카페에 제 이름이 박제돼 '조리돌림'을 당하기도 했다"며 "소아 응급실이 있는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한 번씩 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하고 '내가 안전하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돌아갈 생각은 없다"며 "사직 처리가 되면 일반의를 구하는 곳으로 나가 일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A씨도 향후 상황을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전공의로) 일하면서 돈 쓸 일이 없다 보니 모아 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만약 이 상황이 더 길어지면 어디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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