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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공동묘지로 쫓겨났지만…권익위 중재에도 "산림청 책임 회피"

전북

    50년 전 공동묘지로 쫓겨났지만…권익위 중재에도 "산림청 책임 회피"

    마을 길 확장, 노후주택 개선 등 권익위 조정안
    주민대표 "산림청 책임 인정 안 해"
    김제시 "화전민 이주는 산림청장 권한"
    산림청 "책임 회피 아냐…조정안 검토"
    1976년 김제서, 100여 명 공동묘지 강제 이주

    전북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무덤 사이 여유 공간에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했다. 주민대표 김창수(79)씨 제공전북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무덤 사이 여유 공간에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했다. 주민대표 김창수(79)씨 제공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70년대에 발생한 전북 김제 공동묘지 강제 이주 사건의 피해 해결을 위해 산림청과 전북자치도, 김제시 3개 기관에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피해 주민은 "산림청이 협의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익위는 1976년 정부의 화전정리 사업으로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한 김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안을 세 기관에 지난 7월 초 전달했다.
     
    권익위는 조정안으로 김제시가 마을 길 확장과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 경로당·마을회관 설치, 노후주택 개량 사업을 실시하고, 주민소득지원 사업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산림청은 도시녹화사업 실시, 화전민 관련 자료 제공, 임산물 보관창고 신축 지원 등을 맡는다. 전북도는 김제시 사업 비용 일부를 부담한다.
     
    권익위의 조정안을 두고 민원 신청인인 피해 주민들과 세 기관의 조정 절차가 이어지게 되는데, 산림청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두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미마을 주민대표 김창수(79)씨는 "산림청은 김제시와 전북도의 책임만 언급할 뿐,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화전정리 사업이 국가 즉, 산림청 사업인데 지방자치단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국정감사에서 산림청장을 증인으로 불러 질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제시 관계자는 "화전민을 이주시킬 수 있는 것은 (당시) 산림청장의 권한이었다"면서 "재정이 열악한 김제시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지방비를 투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행이 어렵다"고 밝히며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1976년 김제군 성덕면 공동묘지로 쫓겨난 주민들이 흙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1976년 김제군 성덕면 공동묘지로 쫓겨난 주민들이 흙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
    화전정리는 국가 시책이었으며,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산림청은 이주 화전민에 대한 예산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전정리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번 권익위의 조정안으로 50년 묵은 화전정리 사업의 후유증을 해결할 첫걸음이 떼어졌지만, 피해 배상 처리 등 실질적인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산림청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있으며, 마련될 조정안을 검토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관마다 입장이 다르기에 어떤 의도로 ("산림청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씀하는지 모르겠다"며 "전북도, 김제시와 같이 조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안에 따라 산림청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서 지원할 예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1976년 당시, 김제시 금산면 금동마을 32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화전민으로 분류돼 성덕면의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됐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화전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로 움막을 짓고 살았으며, 생존을 위해 구걸도 해야 했다. 주민들은 공동묘지 위에서도 열심히 살아보자며 스스로를 '개미'라 부르며 개미마을을 일구었다.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 
    한편, 산림청은 화전정리 사업이 포함된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고자 한다. 산림녹화 기록물은 지난해 8월 9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으며, 2025년 5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심사를 통해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개미마을과 같이 정부의 화전정리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역사는 담기지 못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남성현 전 산림청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구제방법이 있는지를 산림청에서 검토했으면 한다"며 "(강제 이주의 근거가 된) 관련 법규인 화전정리법은 산림청 소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남 전 청장은 "전북도, 김제시와 협의해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특별법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김제 공동묘지 강제 이주 사건'에 대해 남성현 전 산림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제 공동묘지 강제 이주 사건'에 대해 남성현 전 산림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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