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신선 식품 가격이 치솟자 자영업자들은 복날 등 대목을 맞고도 울상이다.
반면, 유통가는 복달임 음식을 중심으로 선착순, 카드사 제휴 할인 등 여러가지 이벤트를 선보여 지난해보다 판매가 급증하는 등 식당가와 유통가가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초복을 맞은 15일 부산진구에 있는 A 오리전문점.
통상적으로 초복, 중복, 말복 등 중 여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초복을 전후로 가장 바쁜 시기지만,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복날이나, 연말, 연초 점심 시간대에는 대기팀이 20~30팀씩 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사전 예약한 회사 단체팀 말고는 테이블이 여유로워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해 초부터 채소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한차례 가격 인상을 했는데도 최근 폭등한 야채값을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판매하는 음식 메뉴 상 파, 양파, 오이, 무 등 야채가 전체 식재료의 절반가량 차지하는데, 이 가격이 상승곡선을 타더니 최근에는 15~17%가량 올랐다.
A식당 관계자는 "장마와 폭염이 퐁당퐁당 이어지면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오랜 단골들이 많고, 손님들이 가격변동에 민감해 채소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외식을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많고, 날씨도 폭우에 폭염에 가늠하기 어려워 올 초복은 마음을 비웠는데, 그래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복 등 이벤트가 있는 날은 박리다매로 그나마 괜찮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야채, 닭, 오리 등 모든 식재료 가격이 널뛰기여서 어느 장단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복달임 음식을 주로 판매하는 부산진구, 금정구 음식점 밀집지는 예년보다 덜 붐벼 외식하려는 발길이 확 줄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유통가에도 전통적인 복달임 음식인 삼계닭, 오리, 장어, 수박 가격이 평소보다 10~20%가량 오르자 카드사 제휴 할인, 보양식 밀키트 선착순 할인 등으로 전략을 짜 대응에 나섰다.
부산향토기업인 메가마트는 10일부터 16일까지 '보양식 전문점'코너를 선보여 삼계탕용 닭을 정상가 8800원에서 44%할인된 4900원 내놔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올랐다.
풍천 민물장어(2마리/500g내외)도 정상가 5만9800원에서 50% 할인된 2만9800원에 판매해 매출이 40% 늘었고, 간편 보양식인 즉석 삼계탕 매출은 80% 증가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올라 미리 삼복더위에 맞춘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예상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매출이 큰폭으로 늘었다"며 "외식물가가 많이 올라서 수고스럽지만 직접 집에서 요리해서 먹으려는 발길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울 정도의 폭염이 연속으로 이어져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자 삼복을 맞는 식당가와 유통가가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신선식품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어서 유통가도 언제까지 웃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평균 2.5%오르는 등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동남지방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기록했고, 5월은 2.7%, 6월은 2.5% 올랐다.
특히, 신선채소와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통이 큰 품목으로 꾸려진 신선식품지수는 작년보다 무려 15.1%올랐다.
신선식품 가격은 지난해 1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11월부터 최근까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는 배 210.0%, 사과 54.5%, 당근 38.3% 등 소비자 부담의 요인이 됐다.
당분간 장마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선식품 오름세도 이어질 수밖에 없어 자영업자와 유통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