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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시험 미응시 의대생 96% 전망…풍전등화·백척간두 실감"

보건/의료

    "의사시험 미응시 의대생 96% 전망…풍전등화·백척간두 실감"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 의대 교수들 입장문
    "'집단 이기주의'로 재단 안 돼…온갖 대책에도 왜 안 바뀌는지 따져보라"
    "전공의 수련 명맥 끊기는 최악 상황 올 수도"…정부 '획기적 정책전환' 요구
    전의교협, 의대 2천 증원 관련 국정조사 국민동의청원…동의서명 4만명 돌파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 주최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백지화 촉구 집회에서 학부모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며, 유급 불허·편법 학점 부여 정책 등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 주최로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백지화 촉구 집회에서 학부모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며, 유급 불허·편법 학점 부여 정책 등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마감되는 26일,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의 교수들은 신청 대상인 의대 본과 4학년 약 96%가 미응시할 것으로 내다보며 내년도 의사 배출이 거의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계기로 사직 전공의들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단 점을 들어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 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의료의 위기상황이 '공멸' 또는 '극적 타개'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교수비대위들은 당일 의사 국시 실기접수 마감이 임박한 상황을 놓고 "(시험 응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은 실기 접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고,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 중에서 실기 접수를 하지 않은 학생까지 고려한다면, 본과 4학년 중 국시 미응시자는 최소 95.5%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이달 1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의대 본과 4학년생 3015명 중 설문에 응한 2903명의 95.5%인 2773명이 국시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동의서를 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보통 각 대학들은 본과 4학년생들로부터 해당 동의서를 받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졸업자 명단을 등록하는데, 이 명단에 오른 학생들만이 국시 응시자격을 얻는다.
     
    비대위들은 "(앞서 의대 증원 문제로 야기된)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사태 속에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던 본과 4학년생이 2700여 명이었음을 돌이켜보면 이번 사태를 대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얼마나 결연한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진로까지 위태롭게 하는 의대생들의 항의와 행동은 '집단이기주의'라는 왜곡 편향된 프레임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며 "교육부의 온갖 대책과 조치에도 그들의 결심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정부에서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대로 '특단의 조치' 없이 이날을 넘기게 되면, 매년 약 3천 명씩 배출됐던 신규 의사가 내년도엔 극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책임 있는 조치와 대책'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부터 진행 중인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 "복지부 담당자들조차 사직 전공의 복귀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비롯한 전공의(대한전공의협의회) 7대 요구사항 등은 모두 "젊은 의사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청들"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들은 "올바른 의료환경을 미처 마련해놓지 못한 것이 (전공의·의대생에게) 매우 미안할 뿐"이라며 교수들은 최근 '풍전등화(風前燈火)', '백척간두(百尺竿頭)' 등의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교수들은 "대학병원의 수련시스템이 한 번 무너지면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드는 '바이탈'(필수의료) 진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아예 전공의 수련 명맥이 끊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소임과 중증환자 진료의 보람으로 버티어 오던 교수들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길이 없다"면서도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현재 의료계 상황에 대한 처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대승적 결단을 통해 대화합의 타개책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신규 의사, 전문의 배출이 없고, 전공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현 의료공백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포용적 조치'와 '획기적인 전향적 정책전환'이 필수적이란 점도 덧붙였다.
     
    이러한 표현이 가리키는 바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를 주장하는 전공의 등의 요구를 지금이라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즉각 국정조사를 추진해 '의대 2천 명 증원' 결정과정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단기 2천 명 의대정원 증원을 몰아붙인 정부는 의료현장과 의학 교육현장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미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이번 증원이 협의·근거·준비가 생략된 '3무(無) 졸속정책'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방과 서울 소재 대학병원은 붕괴되고 있고, 내년 의대 신입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통으로 일관하며 증원을 고집하고 있고, 의학교육 평가기관을 겁박하고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전의교협은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관련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20분 기준으로 4만 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교수들은 조규홍 복지장관의 증원규모 결정 등 '의대 2천 증원 결정과정'을 포함해 △의대정원 배정과정 △'(2035년) 의사 1만 5천 명 부족'의 과학적 실체 △전공의 사법처리 과정 △의대생 휴학처리 금지 방침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침해 시도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 및 관련예산 확보 현황 △전공의·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정부 대책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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