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반입 사건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세관 연루 진술을 확보한 직후 경찰 상부에 즉각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는 서울경찰청은 물론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보고됐고, 훌륭한 성과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A총경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직후 브리핑을 취소했고, 수사에 외압이 가해졌다는 것이 수사팀 측의 주장이다.
당시 수사팀장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은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A총경이 '용산(대통령실)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 브리핑 취소하라는 것은 지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세관 마약 의혹을 수사하던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9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세관의 협조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해당 조직원은 그해 1월,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신체에 필로폰 24kg을 두르고 인천공항을 통과한 인물이다.
해당 진술을 확보한 백 경정은 영등포서장인 A총경에게 보고했고 A총경은 칭찬했다.
이후 A총경은 9월 11일 서울청 고위 간부에 보고했다. 당시 A총경은 '피의자들의 공항 입국 심사 단계에서 무사통과한 정황이 확인, 수사 병행 예정'이라고 세관 연루 정황을 언급했고, 이에 고위 간부는 "대단히 수고가 많다"라고 화답했다.
A총경은 이틀 뒤인 13일 윤희근 청장에게도 서울청 고위 간부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윤 청장은 "훌륭한 성과,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겨라"라고 지시했다.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반입 사건에 세관이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A총경의 보고에 지휘부가 칭찬한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 뒤 분위기가 뒤바뀌었다고 한다.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백 경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A총경이 9월 20일 돌연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기사=[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A총경의 해당 발언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고, 서울청 지휘부에서 '관세청 내용을 삭제하라'는 압박이 시작됐다는게 백 경정 측 설명이다. 실제로 9월 22일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은 두 차례 연기됐고, 이후 뒤늦게 열린 브리핑(10월 10일)에서도 세관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이후 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건을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넘기라는 상부의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단독]세관마약 수사팀이 버티자…서울청 지휘부 "사건 넘겨라" 지시]결국 백 경정이 9월 9일 세관 연루 관련 진술을 확보한 뒤 즉각 보고했고, A총경이 이러한 내용을 상부에 전달해 칭찬까지 받은 사건이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하고 관련 진술과 정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A총경의 '용산 발언'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백 경정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영등포 경찰서장이 백 과장에게 세관 직원이 밀반입에 연루된 사실을 용산이 잘 알고 있다. 또 용산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모두 사실인가'라고 묻자 "네. 모두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양 의원이 '경찰청장이 칭찬했는데 갑자기 서장이 용산에서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 예정된 브리핑을 연기하자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고 재차 묻자 "서장이 '브리핑을 연기하자'고 해서 다시 물었다. 제가 서장님, 신뢰가 깨지는 것이라서 안 된다고 했더니 서장이 '지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A총경은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백 경정에게 브리핑 연기를 요청하면서 용산에서 심각하게 본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세관을 수사하지 말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