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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대신 레깅스에 히잡…비치발리볼 복장 논란[파리올림픽]

유럽/러시아

    비키니 대신 레깅스에 히잡…비치발리볼 복장 논란[파리올림픽]

    2024파리올림픽 미국 휴즈-쳉 조와 프랑스 비에이라-샤메로 조의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C조 경기가 열렸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황진환 기자2024파리올림픽 미국 휴즈-쳉 조와 프랑스 비에이라-샤메로 조의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C조 경기가 열렸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황진환 기자
    1일(현지시간) 온몸을 거의 가리지 않은 스페인팀과 얼굴 빼고 다 가린 이집트팀의 비치발리볼 3라운드 경기. '7cm 비키니'라는 엄격한 규격에 따라 비키니 차림의 선수들 대신 이번엔 레깅스와 긴팔, 히잡까지 쓴 팀이 눈에 띄었다.

    특히 프랑스 정부가 자국 선수들에게 히잡 착용을 금지한 터라 이집트 선수들의 차림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선수 성비를 50 대 50으로 맞추는 등 양성 평등을 모토로 이번 올림픽에 매진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이유를 들며 자국 선수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해 논란을 빚고 있다.

    파리올림픽서 '레깅스·히잡 논란' 재점화

    비치발리볼의 복장 규정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여성은 측면이 7cm를 넘지 않는 비키니를 입어야 했고, 남성은 10cm를 넘지 않고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반바지를 입어야 했다.

    비키니 차림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불평이 나왔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은 이 규정을 고수하다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완화된 방침을 내놨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등 제한적으로 레깅스를 허용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발로 선수들이 레깅스를 입는 경우는 드물었다. 비치발리볼을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은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시작됐다. 잦은 폭우와 소나기에 비키니 차림으로 경기를 치르기가 어려워지자 이슬람권 선수들 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를 비롯한 영미권과 유럽권 일부 선수들도 레깅스를 입고 출전하면서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편의상 레깅스를 입으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왜 PC주의(정치적 올바름)가 스포츠에까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1일 여자 비치발리볼 3라운드 경기 중인 스페인과 이집트 선수들. 사진=박희원 기자1일 여자 비치발리볼 3라운드 경기 중인 스페인과 이집트 선수들. 사진=박희원 기자
    1일 오전 파리 에펠탑 경기장에서 진행된 스페인 대 이집트 경기는 이같은 복장 논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스페인의 릴리아나와 파울라는 정통 비치발리볼 복장을, 이집트의 엘고바시와 마르와는 레깅스와 긴팔, 히잡까지 착용했다. 경기는 세트스코어 2 대 0으로 스페인의 일방적인 승리였지만, 두 팀을 바라보는 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에서 온 폴은 "내가 레깅스에 히잡 차림을 보려고 4년이나 기다렸단 말이냐"고 투덜댔고, 스페인 국적의 아우구스타도 "비치발리볼 팬들에게 비키니는 성역과도 같다. 남자선수들도 원래는 상의 탈의를 했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 관중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영국에서 온 엠마는 "변태들이나 긴바지 차림에 실망하는 것"이라며 "남자선수들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데 왜 여자라고 다르게 입어야 하나. 누구든지 21세기엔 당연히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엠마는 마리아프 아타초 호주 선수를 언급하면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 비키니 상의 안에 긴팔을 입었다가 날이 개기 시작하니 긴팔을 벗더라"며 팬들의 선호가 아닌 선수의 판단에 따라 복장을 달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파리올림픽 미국 휴즈-쳉 조와 프랑스 비에이라-샤메로 조의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C조 경기가 31일(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센터 코트에서 열렸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황진환 기자2024파리올림픽 미국 휴즈-쳉 조와 프랑스 비에이라-샤메로 조의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C조 경기가 31일(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센터 코트에서 열렸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황진환 기자
    다만 여성 관중이라고 해서 비키니 규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비치발리볼을 봐왔다는 니콜은 "비치발리볼은 말 그대로 해변가에서 하는 스포츠다. 해변가에서 대부분 비키니를 입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선수들에겐 히잡을 허용하면서 정작 자국 선수들에겐 히잡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정부의 이중잣대를 꼬집기도 했다. 니콜은 "종교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한다면서 자국 선수에게만 히잡을 금지하기 전에, 누군가는 입을 수 있고 누군가는 입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차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콜의 지적대로 국제앰네스티와 10개 단체는 지난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서한을 보내 히잡 금지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편 '히잡 논란'에 이집트 선수 엘고바시는 "나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비키니를 입고 경기할 수 없다. 히잡은 나의 일부고 이걸 입고 말지는 나의 자유"라며 "팬들이 히잡 착용 여부보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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