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장검 살인사건' 현장.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서 '장검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서울 도심 한복판인 숭례문 지하보도에서 칼부림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일 오전,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 10분쯤 "누군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오전 8시 50분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서 붙잡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중구 용역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현장 인근 건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B씨는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지하도에 가 보니 피가 흥건하더라"며 "사망한 사람은 주변 청소하시는 분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대 남성이 장검으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지 나흘 만에 칼부림 살인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여성은 "거기(살인사건이 발생한 지하보도)가 사무실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져 있는 곳이라 나도 이용할 때가 많았다"며 "평소 다니던 길에서 저런 사건이 나는 걸 보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범행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은평구에서 있었던 사건처럼 칼부림 사건이 올해 부쩍 되게 잦다"며 "출퇴근길이 계속 불안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언제 범죄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호신용품을 준비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도 "칼부림 사건이 반복되면서 누군가 가까이 오기만 해도 움찔움찔한다"며 "호신용품을 구비해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 휴대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용의자인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피해자의 시신 부검도 의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