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달 31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지원율 1%대로 마감한 가운데, 정부는 이달 중 전공의 추가 모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모집 마감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까지도 추가 모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정부가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복귀 호소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총 104명(인턴 13명, 레지던트 91명)이 지원했다. 총모집인원 7645명 중 약 1.36%에 불과한 수치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 지원서를 낸 인원은 45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43%를 차지했다. 정부는 응시 관련 권역 제한을 풀어 지방 소재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하던 전공의도 수도권 대학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바 있다.
수련 특례까지 적용하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촉구했지만, 1%대의 저조한 지원율을 받아 든 정부는 지난 1일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8월 중 추가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상세 일정은 이달 초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 추가 모집'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3년 차 사직 전공의 A씨는 "요즘 (전공의들) 주변에서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화젯거리가 되지도 않는다"며 "전공의 추가 모집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추가 모집에) 응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계속해서 말을 바꾸며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도 했다.
A씨는 "언제는 전공의 필요 없도록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더니 막상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니 또 말을 바꾸고 있다"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다른 정책들도 이렇게 뒤집을 수 없다고 어떻게 믿나"고 반문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을 포함해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지난 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연 토론회에서 "전공의들에게 '복귀하라'고 명령할 수가 없다"며 "전공의 각자가 스스로 복귀를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복귀하도록 특혜를 줬는데 왜 복귀하지 않느냐'고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단순히 의대 증원뿐 아니라 미봉책으로 끝날 수 있는 정책들을 연달아 발표하겠다며 밀고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재모집을 하면서 '전공의 들어오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료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전공의가 들어와야 병원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이전과 같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병원들도 '전공의 추가 모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 (추가 모집이) 개시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원율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미 하반기 모집 지원율도 매우 낮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