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xels 갈무리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범람 속에서 아이들은 글쓰기에 신경이나 쓸까? 전문가들은 왜 글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일까.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꼬집으며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젊은 세대나 신인류의 등장에 대해 한탄하거나 지적하는 이런 해묵은 논쟁은 인류 유사 이래 반복되어온 모습이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요즘 아이들 탓으로 넘기지 말라고 말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어려운 문제였으니까.
그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신의 변화를 세상의 변화로 착각하고 세상의 변화를 도덕적 타락으로 착각하기 쉬워서, 옛날은 참 좋았다는 망상을 품고는 한다"며 "어느 세대든 당대의 아이들이 언어를 타락시키고 그와 더불어 문명도 타락시키고 있다고 믿기 마련"이라고 꼬집는다.
이른바 글쓰기 전문가들의 낡은 감수성은 젊은이들의 너드(nerd 샌님), 사이크드(psyched 흥분한), 리포프(ripoff 사기), 듀드(dude 놈), 긱(geek ~광, 괴짜), 펑키(funky 펑키한) 같은 신조어나 언어파괴적인 말들을 두고 '젊은이들은 마치 지하실을 개조하듯 언어도 마구 개조한다'며 결국엔 사멸하리라 예측했지만, 영어에서 이 단어들은 굳건히 자리잡았다.
물론 언어의 퇴보를 근심하는 논평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왔다. 영어학자 리처드 로이드존슨에 따르면 고대 수메르 점토 문자 중에 당시 젊은이들 작문 실력의 퇴보를 불평하는 말이 적힌 점토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스티븐 핑거 하버드대 교수. TED 갈무리 사이언스북스 제공 핑커 교수는 오래되거나 20세기의 글쓰기를 21세기에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글쓰기는 제대로 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말과 달리 쓰기는 고도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유년기부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쓰기와 말을 지속해서 훈련하고 습득해야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간 '글쓰기의 감각'을 통해 훌륭한 예문과 끔찍한 예문 등 다양한 글을 이용하고 분석하면서 좋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고민하는 오늘날의 글쓴이들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준다.
책 제목에 쓰인 감각(sense)이라는 단어는 '시각 감각'이나 '유머 감각'처럼 인간의 어떤 정신 능력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잘 씌어진 글을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가리키는 셈이다.
능숙한 작가가 되려면, 구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의 그물망을 단정하게 한 줄로 이어진 단어들의 열로 바꿔 주는가 하는 원리도 세심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한 문장이 매끄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도록 잘 엮음으로써, 글 전체가 일관성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글쓰기를 처음 배우려는 목적보다 쓸 줄은 알지만 더 잘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과제 보고서의 질을 높이고 싶은 학생, 블로그나 칼럼이나 리뷰를 쓰고 싶은 비평가 혹은 기자 지망생, 자신이 구사하는 잘못된 학계 언어, 관료 언어, 기업 언어, 법조계 언어, 의학계 언어, 관공서 언어를 치료하고 싶은 전문가가 그런 사람들에 어울린다.
스티븐 핑커 지음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6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