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를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조국혁신당 '1호 법안'인 전자정보 압수수색 특례 법안에 대해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 기관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국회에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디넷(검찰 디지털수사망) 사태' 등을 계기로 정치권이 다시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통제하겠다'며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제도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은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관한 특례법안'을 지난 6월 28일 발의했다. 혁신당 소속 의원 12명이 전부 발의에 참여한 이 법안은 수사 기관이 휴대전화나 개인컴퓨터(PC) 등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자정보도 일반 증거물과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상 규정에 따라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전자정보 특수성을 감안해 별도 법안으로 특례를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례법안에는 △불필요한 압수 없이 수색·검증만 가능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 정의 △구체적 영장 집행계획 제출 △사전 대면심문제 도입 △무관정보 미삭제(또는 폐기) 행위 처벌 등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선 '압수수색 사전심문제'와 '무관정보 미삭제·폐기 처벌' 조항을 핵심으로 꼽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은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각 기관 '법안 검토의견'을 보면 수사 기관은 법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사전대면심문'에 대해 "수사 상황이나 내부 고발자의 신원이 유출될 위험이 있고, 피의자의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는 등 수사의 밀행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현재도 경찰은 영장 절차가 3단계(경찰 신청→검찰 청구→법원 심사)인데 대면심문까지 추가되면 신속한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도 "혐의 관련자를 심문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에도 역행하고 수사 밀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영장 집행계획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두고서도 두 기관은 "예기치 못한 현장 상황에 대처하기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경찰은 "파일명에 오탈자나 은어가 포함될 경우 사전에 특정한 검색어 만으로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검색어를 포괄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데 외려 무관 증거를 더 많이 압수하는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조 대표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문제가 됐던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을 정의하는 문구도 있다. 공수처는 "대법원 판례상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과 상이하고 개념도 불명확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고, 경찰도 "압수수색 참여 범위가 대폭 확대돼 수사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검찰이 휴대전화에 기록된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디넷에 보관하던 관행이 법안의 결정적 트리거(계기)가 된 만큼, 압수한 정보 중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삭제하거나 폐기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처벌 조항이 담겼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여러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는 특성상 단순 실수나 미숙한 업무 처리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며 "수사관 압수수색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고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타 법률의 벌칙 조항과도 양형상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취득 자료의 폐기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고,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은 최대 2천만~5천만원 과태료 조항만 있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찰과 공수처만 의견을 회신했고 대검찰청(법무부)은 공식 의견을 보내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다만 검찰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해 2월 대법원이 규칙 개정을 통해 압수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을 추진했을 당시 공식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상당하고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검찰은 연장선상에서 반대 취지의 회신 의견을 최종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