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현행 의료 수가의 근간이 되는 '행위별 수가제'가 과목 간 불균형을 부른다며, 공공에서 필수의료 과목 의사 인건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등 대안적 지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의료수가와 보상체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과목 간 보상 불균형을 불러 의사들의 필수의료 과목 기피 현상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모든 개별 의료 행위에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방식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는 시간 외적인 것들, 예를 들어 지역 상황이나 의사의 대기시간 등이 전혀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의료원에서 가끔 CT, MRI를 찍어서 얼마나 남겠나. 병원은 자꾸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는 "상대가치는 자원이 얼마나 투입되느냐를 기반으로 행위별 높낮이를 맞추는데, (자원이) 많이 투입됐는데 낮게 점수가 주어져 수술이나 마취 같은 경우 손해를 보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위별 수가제의 상대가치 개선도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필수과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공공 지불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현재 (기피 과목에서는) 지원자도 없고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시장 실패 현상이 발생했다"며 "소아과·흉부외과 등의 필요분을 평가해서 최소 인력을 산출하고, 그 비용의 일정 비율을 공공이 부담해 필수의료 인력 공급의 최저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진료량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진료 행위에 대한 유인 수요 압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들도 많은 상황에서, 가장 기본인 진찰료를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 교수는 "2001년 이후 진찰료를 조정하지 못했다. 진찰료는 조금만 조정해도 어마어마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병원에만 가면 (환자) 얼굴만 봐도 바로 검사를 보내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위원장은 "소아상담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수가로 인정되는 의료 행위가) 9천개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의료 행위들은 어떻게 (비용을 책정) 할 것인가라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질환 상담 등은 9천개에 달하는 점수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료 소비자는 향후 정부의 의료개혁 이후 소비자의 부담은 얼마나 늘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의료개혁을 하면 소비자의 부담이 더 늘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된다"며 "상급종합병원 기능을 (중증 중심으로) 바꾸고, 필수의료 패키지가 도입됐을 때 의료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건강보험료 최고 상한선은 어느정도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